키링
어릴 적 나는 키링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그저 가방에 덜렁덜렁 매달려 흔들리는 장식품 정도로만 생각했다. 간혹 친구들의 가방에 달린 작은 인형이나 반짝이는 금속 장식들을 보면서, '왜 굳이 저렇게 번거롭고 무겁게 달고 다니는 걸까' 하고 의아해했었다. 필요 없는 장식, 없어도 불편하지 않는 물건이라고 그 시절의 나는 키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세상이 변하듯, 나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요즘 학생들이나 어른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키링을 선택한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또 어떤 이는 여행지에서 구매하거나 선물
로 받은 추억들을 매달아 둔다. 저마다의 사연과 취향이 작은 고리에 매달려 달랑거린다.
처음엔 그 모습이 낯설었다. 가방 지퍼에, 자동차 키에, 심지어 휴대폰 케이스까지 잔뜩 달려 있는 키링들을 보면 '저게 과연 필요한 것일까?'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느낀다. 무겁게만 보이던 그 키링들은 결국, 그들의 삶을 가볍게 나타내주는 작은 불빛의 표현이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키링에 담긴 이야기가 단순할 수도, 큰 추억이 담긴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이제는 이해한다. 단순히 장식이 아닌, 그것은 자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는걸. 누군가는 첫 월급으로 산 키링을 달고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산 키링을 바라보며 함께 웃는 순간을.
나의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어느새부턴가 가방에 하나씩 쌓여만 갔다. "아빠! 이거 가방에 달아주세요!" 굳이 하지도 않아도 될 것을, 가뜩이나 무거워지는 가방에, 활동적인 아이들의 가방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텐데 왜 달고 다녀야 하는 의문만 가득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아이들이 원하니 해줄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는 키링들을 바꿔줄 때마다 아이들의 기분과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도 든다.
작은 금속 고리에 매달린 사소한 키링들이 사실은 이야기였음을 조금 늦게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존중하려 한다. 그저 장식으로만 바라보았던 것들이, 사실은 각자의 삶을 조용히 표현하는 방식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키링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그것은 '나'라는 자신을 가장 소박하게 표현하는 언어이며, 언제나 좌우로 흔들리며 삶을 반짝이게 하는 작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