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다이소에 들어가면 나는 늘 묘한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가족들과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마치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다!"처럼 행동하다가, 다이소에서는 순식간에 '천 원의 마법'에 환호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분명, 컵 받침대 하나 사러 갔는데, 계산대 앞에 섰더니 장바구니 안에는 멜라닌 국그릇, 3단 반찬 그릇, 바르는 비트라는 빨래 세재 등이 담겨져 있다. 나에게 필요한 하나는 분명 컵 받침 하나였는데 누군가가 나의 장바구니에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넣어 담은 것이 분명했다. 생각만 했던 물건들이 어느새 장바구니에 담겨있다니. 나의 무의식의 손은 생각보다 빨랐던 것이 틀림없다.
사실, 우리는 다이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니다. '천 원짜리 만족감'을 산다.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것을 신제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이른바 가성비. 컵 받침 하나로 나의 책상이 단정해질 것 같고, 마음이 풍족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겁 받침대의 실리콘 재질은 응결된 물방울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생각만큼의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다이소에 대한 진리를 알려준다.
'싸구려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천 원이니까 괜찮아'라는 말은 결국 자기 합리화이고, '내가 또 속았구나'의 다른 표현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 유튜브를 자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유독 다이소를 애타게 찾는다. 장난감 코너로 가서 이것저것 부르짖을 때마다 "안돼"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지만, 마음과 행동은 다르게 장바구니에 담겨버린다.
다이소는 단순한 생활용품점은 아닌 듯하다. 지갑을 담보로 한 심리 게임 장소이랄까.
그리고, 나는 또다시 다짐한다.
"다음엔 정말 필요한 것만 산다!"
하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그 다짐은 계산대 앞에서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