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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과 창작 사이

by FreedWriter

다양한 작은 형태의 블록들이 쌓이고 쌓여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탄생한다. 레고다.

레고를 모르는 남녀노소는 없을 듯. 레고와 비슷한 형태의 블록 장난감이 국산화되기도 했지만, 레고는 아직까지는 블록 장난감 세계에서는 명불허전이다.


10살쯤으로 기억한다. 장난감을 막 좋아하지 않았던 내 성격 탓이었을지 모르지만, 부모님께서는 장난감을 그리 많이 사주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나는 장난감 중에 하나는 빨간색 오토바이.


하루 종일에 걸쳐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체인의 형태까지 구현되었을 정도로 디테일의 끝판으로 생각난다. 내 생에 첫 레고 장난감. 혹여나 부서질까 노심초사하며 가지고 놀던 기억이,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과 장면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딸, 아들을 둔 나는 가끔, 두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려 매장을 방문한다. 다양한 장난감 매장들이 우후죽순 생겨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다양해졌지만, 우리 아이들은 항상 비슷한 결의 장난감만 원한다.


특히 둘째 아들은 큰 장난감을 사준다 하더라도 손바닥보다도 작은 자동차만 고집한다. 굳이. 왜? 큰 자동차를 사준다 해도 싫단다. 그래서 거실 소파의 2인 자리는 아들의 장난감 자동차의 주차장으로 가득 넘쳐 난다.


아내가 한번은 조그마한 레고 장난감을 사줬다. 몇 번의 권유를 거듭한 끝에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한 아들의 결심이 바뀌기 전에 냅다 집어 들고 집으로 향했다. 조립을 다하면 손바닥과 비슷한 크기의 자동차였기에 부담되지 않았지만, 조립을 누가 해야 하는가. 아빠인 내가 해야 하는 미션이 추가된다.


포장 지안에 포함된 설명서는 포장 박스에 멋들어지게 그려진 장난감을 만들기 위한 기본으로 제공되는 지침서다. 이때부터 아들과 아빠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딸아이의 훈수는 덤이다.


자신이 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현하면 순서에 맞게 블록을 찾아 대령해 준다. 조립을 잘못하면 몇 단계를 앞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돌고 돌아, 결국 완성된 레고 장난감은 가지고 아들은 재미나게 놀아준다. 임무 완수를 다한 포장지와 설명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나의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신나게 가지고 놀던 레고 장난감이 부서졌다. 깊고 짧은 탄식이 터져 나온다.


'아... ... .'


지금부터는 창작의 고통에 빠져들 차례다. 머릿속에 남은 설명서는 휘발되어 사라진지 오래.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한들 나의 얕은 뇌의 용량은 설명서까지 끄집어내기 어려울 뿐이다. 아빠만 외치는 아들에게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러니까 살살 가지고 놀았어야지, 왜 부러뜨려서 망가뜨려!'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도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이성을 찾는다.


"이제부터는 아들이 생각해 보고 고민하고 노력해서 다른 자동차를 만들어 보면 어때?"


이중인격의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 답변 아닌가? 그렇지만 돌아오는 답은 생각지도 못한 몸 쪽 꽉 찬 직구로 날라온다.


"흥!"


레고를 통해 배운 교훈은 단순하다. 완성보다 중요한 건, 부서지고 다시 만드는 과정 속에서 웃음과 인내를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아빠도 아이처럼 다시 추억 속 놀이터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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