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에게 주는 월급

월급

by FreedWriter

월급날 아침, 문자 한 통이 '띵' 하고 울릴 때의 기분을 기억한다.

“급여가 입금되었습니다.”

이 문장이 주는 안정감이란, 마치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이 예상보다 10분 먼저 오는 기분 같았다.

직장인 시절, 월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이번 달도 버텨냈구나.”
“그래, 수고했다.”

누군가 내게 도장을 꽝 찍어주는 듯한 인정의 증표였다.

군 생활 시절 받던 건 ‘봉급’이었다. 이름부터 조금 점잖다.
월급이 직장 상사에게 “수고했어, 다음 달도 잘 부탁해”라면, 봉급은 나라님께 “수고했다, 충성!” 하고 받는 느낌이다. 둘 다 같은 돈인데, 묘하게 다르다.

이제는 프리랜서로 산다.
문자 알림 대신 ‘입금 예정일 미정’이라는 불확실성이 따라다닌다. 월급날의 안정은 사라졌지만, 한편으로는 더 짜릿하다. 내가 직접 만든 결과물이, 누군가의 손에 건네지고, 그 대가가 바로 급여로 이어지니까. 돈의 무게보다 “이게 바로 내 노동의 온도구나” 싶어 마음이 뜨거워진다.

결국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월급은 남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책을 사는 것도, 운동화를 사는 것도, 잠깐의 여행을 떠나는 것도 다 내가 나에게 주는 보너스다.

“야, 이번 달도 수고했다. 자, 보너스는 피자 한 판이다.”

이런 소소한 보상들이야말로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월급이다.

직장에서 받던 월급, 군에서 받던 봉급, 프리랜서로서의 급여. 형태는 다 달랐지만 결국 의미는 같았다.

“너 잘하고 있어. 조금 더 가보자.”

이제 나는 나에게도 월급을 준다. 투덜대며 새벽에 글을 쓰는 나에게, 아이들과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새로운 배움을 시도하는 나에게. 내 통장은 가끔 마이너스지만, 내 마음의 통장은 언제나 플러스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보이지 않는 푸른 이빨의 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