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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껌이지

by FreedWriter

2박 3일간의 동원 훈련. 전역 후 처음으로 다시 입는 전투복은 준비하는 순간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훈련장에 도착해 연병장에 차를 대고 인도 옆에 서자, 현역 시절 익숙했던 절차들이 다시 몸에 스며드는 듯했다. 생활관에 짐을 풀고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식판에 음식을 담아 앉는 그 순간조차 설렜다.


“박 대위님!”


전역 직전, 함께 근무했던 개발병이 반갑게 인사하며 내 앞에 앉았다. 늦은 나이에 입대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긍정적이었던 전우.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먹는 군대 식사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한 동지애였다.


잠시 뒤, 강당에서 입소 신고가 이어졌다. 통제 간부가 내 이름을 호명한다. 대표 신고를 하란다. 순간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나이에 내가 꼭 해야 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어차피 정해진 일이라면 즐기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예전에도 수없이 해왔던 일이니 “이 정도는 껌이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행사 진행 절차를 확인하며 예행연습을 하고, 드디어 신고의 순간이 왔다. 단장님 앞에서 경례와 신고를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훈시 도중, 단독 경례를 해야 할 순간에 습관처럼 병력들을 향해 뒤돌아버렸다. 아차 싶어 다시 단장님을 향해 경례를 올리는데, 미소를 머금은 단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 정도는 껌이지”라고 생각했던 일이 작은 실수 하나로 머쓱해졌다. 흔히 껌이라는 단어는 간단하고 쉬운 일을 가볍게 표현할 때 쓰인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나 역시 방심한 순간 실수를 했다. 군 생활 17년의 경력이 순간 부끄럽게 느껴졌지만, 그것 또한 다시 군인이 된 2박 3일의 의미 있는 추억이었다.

전역한 지 1년. 그러나 이번 훈련 동안만큼은 나는 다시 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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