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타난 브로콜리

브로콜리

by FreedWriter

어릴 적, 나는 브로콜리라는 음식을 몰랐다. 밥상 위에 낯설게 놓인 초록색 덩어리는 어린 눈에 ‘풀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상하게 울퉁불퉁한 모습에 호기심보다는 경계심이 앞섰다. 그래서 한 번은 찾아보았다. 도대체 이 음식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들어온 것일까?


알고 보니 브로콜리는 1950년대쯤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밥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웰빙’이라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면서부터였다. 건강식의 대명사처럼 초록빛을 뽐내며 대중적인 재료로 자리 잡은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저 초장에 푹 찍어 먹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특별히 맛있지도, 그렇다고 미워할 이유도 없는, 애매한 존재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내가 아빠가 되고 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은 브로콜리를 곧잘 먹는다. 심지어 가끔은 먼저 찾기도 한다. 장을 볼 때면 아이들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아오곤 한다.


돌아보면 세상은 늘 이렇게 변한다. 내가 몰랐던 것들,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곁으로 다가와 내 일상이 된다. 브로콜리처럼 말이다. 그것이 건강을 주는 긍정이든, 혹은 불편을 주는 부정이든 간에, 낯선 것들은 언젠가 우리 삶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브로콜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내 밥상을 바꿔놓았고, 이제는 아이들의 추억 속에도 스며들고 있다. 어쩌면 우리 삶은 수많은 ‘브로콜리’들의 등장으로 만들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낯설게 다가오는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조금 더 건강해지고,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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