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by FreedWriter

이번 주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상도 무너졌다. 여니의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복통에 열감기까지. 학교를 못 갈 정도로 아프다 하니, 수요일 하루는 온전히 여니와 함께 보내야만 했다. 처방받은 약도 소용없던지 열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아프다고, 배가 아프다며 호소하는데 안타깝기만 한 모습이다.


집 안에, 아픈 구성원이 있다면 온 가족들도 힘들다고 한다. 어느 정도 차도가 있으면 괜찮으련만. 월요일부터 이어진 여니의 아픔은 만 3일을 꼬박 지낸 오늘에서야 끝이 났다.


아픈 여니의 옆에 온전히 있어 보면서 나 또한 아팠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정신과 마음이 아팠다. 병원 진료를 다녀와야 하는데, 힘들다고 소파에서 잠이 든 여니 옆에 손가락을 주물러주고, 이마에 열 패치를 붙여주며 곁을 지켜줬다. 그러다 나도 잠이 들어버렸다.


나의 일정을 온전히 여니에게 쏟아부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자는 여니가 안쓰러워 뭐라도 먹여보려 깨웠더니, 갑자기 토가 나온다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물 같은 것만 게워내더니 눈물을 머금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다짐하는 여니였다. 병원을 다녀왔다. 힘들다고 투정을 부려도 어쩔 수 없었다. 안아주고, 걸어가며 힘겹게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월요일 처방받은 약이 들지가 않고, 계속 아프다고만 하네요."


청진기, 목, 코, 귀를 살펴보신 선생님은 여니를 눕히고 배를 이곳저곳 눌러보신다. 목만 더 많이 부었다고 하시며 약을 바꾸고, 항생제까지 처방해 주셨다. 다른 곳은 이상 없는지 여쭤보니, 다른 곳은 이상이 없다고 하신다. 다행인 건가... 이렇게까지 아파하는데 다른 곳은 이상 없다는 소견에 전문가가 아닌 나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진료를 보고 나오는데 생기가 돌았는지 얼른 낫겠다고 다짐하는 여니. 라미가 하원하기 전에 근처에서 죽을 사 왔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목 넘김과 속을 편하게 하기 위해 사준 소고기 야채죽. 집으로 와 한 숟갈 먹여준다. 힘들다며 배 아프다고 찡찡댄다. 하... 나의 인내심도 한계다. 뭐라도 먹고 약을 먹어야 한다며 다그친다. 다그치는 나의 모습에 화가 난다.


때마침, 장모님께서 같은 브랜드의 죽과 녹두죽까지 해서 방문해 주셨다. 확실히, 부모와 조부모의 차이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달래며 먹여주시는 모습은 역시 아빠인 나와 사뭇 달랐다. 하원하는 라미를 데리고 오기 위해 잠깐 집을 비운 사이, 장모님께서는 죽 한 그릇을 다 먹여주셨다. 고생하라는 말씀과 함께 댁으로 가셨다.

드디어, 바뀐 약을 먹일 수 있게 됐다. 약을 먹는데 맛이 없다며 찔끔찔끔 먹는다. 아픈 걸 이겨내기 위해 먹여야 한다고 얼른 먹이지만, 약조차 넘기기 힘들어하는 여니가 안타깝기만 하다. 항생제까지 먹이고 나서야 꿈나라로 향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내 딸이 이렇게 아픈 것일까. 비가 오는 날씨도 나의 잘못으로 하늘에 있는 신이 내린 눈물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나였기에, 소중한 딸아이의 아픔도 나의 잘못으로 아픈 거라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학교에 다녀온 오늘, 배만 조금 아팠다고 하며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은 여니가 고맙기도 하면서, 더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아빠를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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