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에 시달리는 나
제주도에 살면서 가끔씩 죄책감에 시달릴 때가 있다. 엄마아빠를 떠올릴 때다. 7월 마지막 주 휴가를 딸들 없이 둘이서만 보낼 걸 생각하면.. 마음이 쓰인다. 이번 달은 아빠가 제주도에 왔다. 전에 봤을 때보다 많이 몸도 쇠약해지고 지쳐보였다. 아빠가 자꾸 떠오른다. 다음 주에는 백내장 수술을 한다고 한다. 이번 주에 내가 가서 옆에서 말도 시키고 휴가를 떠나면 참 좋겠다.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느라 힘들다는 엄마도 떠오른다. 다들 녹록지 않은 여름을 보내고 있을텐데 가서 안아주고 싶다.
이번 주 토, 일요일은 나에게 정말 귀한 이틀 휴가다. 엄마아빠를 보러 인천에 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내 몸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귀한 이틀 휴가에 비행기를 타지 않아야할 것만 같다. 당장 다음 주에 영어교습소 오픈을 앞두고 준비하느라 그동안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간 이사와 청소로 몸이 고되다. 페인트칠을 하고서는 이틀동안 앓아 누웠다. 이번 여름, 유독 덥고 몸이 지친다. 내 몸이 쉬어가면 좋겠다.
결국 부모님을 보러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에 내가 하고싶었던 수영, 내가 가고싶었던 공간에 가서 쉬기로 결심했다.
제주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에 자꾸만 죄책감이 든다. 마음이 무겁다. 긍정회로를 돌려보면.. 엄마아빠는 그동안 더위에 지쳐서 딸들이 와도 기력이 많이 없을 거다. 내가 안 가도 그들은 괜찮다. 다음 주 아빠 수술 전에 이번 주 두 분이서 잘 쉴 수 있을 거다. 60년 살아온 세월이 그들을 단단하게 잡아줄 것이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들은 편안한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 이게 최선이야. 꼭 가까이 있어야만 마음이 전달 되는 건 아니지. 라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