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감기

감기와 친한 친구

by 권용혁

감기와 친한 친구였던 어린 시절

어린 시절 1년 열두 달 감기를 달고 살았었다. 오죽하면 자주 가던 병원 원장님을 부모님 다음으로 가깝게 느꼈을까.

그렇게 난 감기를 달고 다니는 허약한 아이였고, 부모님은 그 허약한 아들이 늘 걱정이셨지


감기와 이별

그러다가 30대 초반 어느 날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날이었는데 감기가 온 거야. 그래서 직장 근처 이비인후과를 가게 됐지. 거기서 난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게 됐어. 의사 선생님은 내 증상을 보더니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는데… 난 뭔가에 홀려서 비싼 비용이 드는 알레르기 검사를 하고 말았어. 결과는 말이야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야. 그래서 매년 개도 안 걸린다는 5, 6월에 감기로 고생을 했던 거지. 감기약을 먹을게 아니라 알레르기 약을 먹어야 됐던 거지.


그때 가지 내 인생의 30년을 감기로만 알고 있었던 증상이 알레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허탈함과 배신감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었지, 그동안 이유 없이 먹었던 감기약과 아무 의심 없이 믿고 다녔던 병원에 대해서 말이지. 동시에 뭔가 시원하게 해갈이 되는 느낌도 동시에 느꼈었어. 내 몸에 대해서 정말 몰랐고 그날에 이르러서야 원인 파악이 됐다는 것.


그날 이후로 난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 봄철 알레르기 증상을 제외하면 웬만하여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1년에 한번 정도 걸릴까 말까?


그런 내가 어제부터 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어. 감기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데 작년 말에 태어난 아들을 만질 수가 없다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고. ^^; 어제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아들이 아내 젖을 빨고 있더라고. 보통 때 같으면 다가가서 아들 볼살을 건드리며 사랑 표현을 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겠더라고. 아들한테 감기 옮을까 봐 ㅠㅜ


오늘이 이번 감기 증상 중 제일 힘든 날인 거 같아. 감기는 길어야 일주일이니 이번 주말이면 다시 아들의 볼살을 만질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


아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아직까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 한지 몰라. 단지 건강함 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아들이 커가는 중에도 계속됐으면 좋겠어. 부모의 잘못된 바람이 아들의 행복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아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