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 사촌오빠에게 자전거를 배운 지 이틀 만에 핑크색 나의 자전거는 마법처럼 사라졌다. 그 시절 흔하던 자전거 도둑이 꿀꺽해버린 것. 꼭 자전거를 타야 할 이유는 없었기에 새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살다 얼마 전 불광천 산책 코스를 따라 러닝을 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불문, 자전거와 하나가 된 것처럼 생생 달리는 모습을 보니 힘든 러닝 말고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플을 통해 바로 자전거 강사를 구했다. 2시간에 12만원이란 적지 않은 금액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꼭 마스터하고 말겠다는 생각에 주저 않고 2시간 강습을 신청했다. 출발자세나 브레이크의 조절 방법, 몸의 위치와 같은 기본적이지만 몰랐던 부분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강습을 받으며 잘 탄다는 칭찬도 받았다.
강습 일주일 뒤, 따릉이를 타보았다. 처음 출발하며 페달을 밟을 때는 중심이 흔들려 약간의 무서움을 느꼈지만 포기만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달렸다. 여름이 끝나가고는 있었지만 한낮이었기에 땀을 뻘뻘 흘렸다. 불광천을 따라 있는 자전거 도로는 빠르게 생생 달리는 자전거들이 무서워 자전거 도로가 아닌 동네 주변만 달렸다. 한 시간 반 정도 타고 따릉이를 반납하고 나서야 손에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긴장을 많이 했던 탓에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핸들을 꽉 잡았던 것이다.
일주일 뒤, 자전거 도로를 도전했다. 몸이 학습했을 감각을 믿기로 하고 집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강난지공원을 목적지로 삼았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출발할 때 페달도 안정적으로 밟히고 좁은 자전거 도로도 곧잘 달릴 수 있었다. 그새 날씨는 가을로 바뀌어 있었다. 가을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예뻤고 자전거를 타며 맞는 바람은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다가왔다.
배움은 자유를 준다. 영어는 더 많은 사람과 세상과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경제적 자립을 주었다. 요가는 내 몸이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전거는 또 다른 운동의 재미와 이동의 자유를 준다. 물을 좋아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 포기했던 수영을 배우고 있다. 무언가를 배우려는 시도 자체를 안 했더라면, 몇 번 시도 후 ‘아 나는 역시 안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쉽게 포기했더라면 새로운 자유와 즐거움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좀 더 잘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연습을 한다. ‘도전, 배움, 자유’ 세 글자를 몸에 타투로 새겨 넣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간직하고 싶다. 사람은 상상하고 시도하는 만큼 변화하고 새로워진다. 어제의 나에게만 갇혀 있으면 나의 가능성을 알 수 없다. 무엇이든 시도해본다. 해보고 아니면 그만이지 않나.
그러니 우리 모두 조금씩 더 시도를 해보자. 당신은 무한의 가능성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