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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upreneur 크리스티나 Aug 15. 2023

나의 바스크친구들(2)

존(Jon)과의 인터뷰

이전 글(https://brunch.co.kr/@freehj21/142)에 이어지는 두 번째 글입니다.


2017년, 상하이에서 끝날 줄 알았던 존과의 두 번째 인연은 이듬해 한국으로 이어진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정찬필(전 KBS 다큐 PD, 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사회혁신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기관인 ‘아쇼카’의 사회혁신가(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되었다.

또 다른 한국의 아쇼카펠로우로는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과 세월호 심리치료로 유명한 정혜신 박사 등이 있다.


그리고 존과의 두 번째 인연에 아쇼카가 있었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에는 1년 간 진행되는 팀코치 양성과정이 있는데 과정을 201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했고, 나는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과 함께 거꾸로캠퍼스 창립 멤버였기에 아쇼카의 후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

바로 이 과정을 진행한 서브 팀코치가 존이었다.

메인 팀코치 ‘호세’는 다음에 소개할 나의 또 다른 바스크친구이다.


“머리가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고,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있는 유럽 남자가 로비에 서 있었다. 아이는 둘 쯤 있을 30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외모였다.”


라고 존의 첫인상을 묘사했었다. 이후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그는 아이가 있지도 30대 후반도 아니었던 것. 무려 나보다 어린, 그 유명한 1990년생.


그의 진한 삶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포스’와 턱수염 가득한 겉모습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합리해 본다.)


팀코치 양성과정은 일주일의 집중 코스가 1년간 6차례 있고 중간중간 참가자들은 여러 과제와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들의 코칭 영역에 학습한 내용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과정을 운영하는 코치들은 몇 달에 한 번씩 한국에 오게 된다.


팀코치는 학습자들이 ‘팀프러너’가 되도록 코칭하고 리딩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교육자이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leading example.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말처럼 말로만 하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자의 삶에도 자연스레 묻어나야 한다는 것.


내가 존과 호세, 두 팀코치에게 발견한 점은 보이는 삶뿐 아니라 자신들의 개인의 삶 또한 앙트러프러너(기업가정신)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덕일치라고 할까?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챌린지를 한국에 올 때마다 실행 중이었다.


“한 달간 설탕을 끊고 있어!”

“이제 채식을 하기로 했어!”

“제로웨이스트 삶을 실행 중이야.”

작든 크든 일상의 삶 역시 늘 도전으로 채우고 있는 모습은 프로그램으로 배우는 것 이상이었다.

부모가 말로만 ‘책을 봐야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먼저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존에게 그의 삶에 관한 몇 개의 질문을 던졌고, 그중 인상적인 세 가지를 옮겨보려 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려던 존은 새로운 학사 과정을 찾아보던 중 레인을 알게 되었다. 사실 레인이 처음 시작되는 해였기에 불확실이 가득한 결정이었지만 입학설명회에서 레인의 매력에 흠뻑 빠진 존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건 좋은 기회야, 존. 도전해 보자.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어쨌든 이 과정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 아니겠어?부모


<첫 번째 질문>


1. 낯설면서도 신기한 레인 학사과정을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학생으로 경험한 레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장단점 모두를 질문했지만 장점만 가득한 불균형적인 답을 주었다. 하지만 이 불균형에 어느 정도 동의 한다. 내가 직접 학생으로 레인을 경험한 것은 아니나 교육과정과 학생들(레이너)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때 다니고 싶은 대학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점

- 우리가 팀컴퍼니로써 구축한 팀 학습 경험과 팀 규율은 환상적이었어.

- 그 과정에서 나의 리더십 철학, 팀 코칭 스킬, 삶의 목적의 기반이 탄생했지.

- 우리는 팀으로, 그리고 개인으로 우리의 능력과 잠재력을 진심으로 믿었어.

- 훌륭한 자기 인식, 자신감 및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었고 더 빨리 배울 수 있었어.

- 우리는 항상 우리의 미래가 멋질 거라 믿었고, 현재 우리는 정말 멋지게 살고 있어.

- 대학생 나이에 회사를 만들고 실제 사업 파트너와 함께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돈을 버는 것은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 제안서나 미디어에서 우리 로고를 보는 것은 늘 여전히 꿈만 같아.


(위 장점들이 추상적으로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이 글에서 설명하기에는 조금 복잡할 수 있어 보충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혹시나) MTA교육방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펭귄, 팀프러너가되다>라는 MTA교육을 설명한 번역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92275727​)



[달랑 하나만 써 놓은 단점]

- 항상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새로운 개념,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현실... 처음에는 좋았지만 레인 이후에는 가끔씩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해


내가 근무했던 대안학교인 거꾸로캠퍼스의 졸업생 십여 명 정도가 레이너(LEINNER: 레인 재학생)가 되었다. 그중 세 명은 올해 졸업을 했고 각자의 사업을 한국에서 일궈나가고 있다.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세우며 함께 일하고 학습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도전적이고 어렵기에 레이너를 그만두는 경우도 꽤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이끌고 관리하고 창조해 나가며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경험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위에서 존이 언급한 ‘팀 학습 경험‘이나 ’ 팀 규율‘ 등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 글에서 설명하기에도 글이 산만해질 수 있어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교육]과 관련된 또 다른 글에서 설명할 기회가 있길 바라본다.)


<두 번째 질문>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걸쳐 있지만 두 나라는 물론이고 어떤 나라와도 언어적 유사점이 없다. 바스크인의 기원 역시 수수께끼로 남아있어 더욱 신비하게 묘사되고는 한다. 내가 경험한 바스크 문화와 사람들에게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한 무엇이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인이지만 한국인들보다 더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누군가 바스크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존: 바스크 사람들에게는 ‘한 명의 바스크인 – 세 개의 단체’라는 공식이 있어. 평생 동안 평균 적으로 세 개의 다른 협회에 속하지. ‘NGO’, ‘협동조합’, 요리와 식사를 함께 하는 ‘소시에다드 (Sociedad).’  바스크인들은 팀이자 공동체적인 동물이라고 말할 수 있어. 먼저 리드하고, 더 높은 대의를 위 해 싸우고, 그러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을 좋아해. 가족과도, 일하는 팀과도 함께하기 때 문에 외로울 수가 없지. 물론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3개의 단체에 속한다는 점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한국인들은 어디에 소속감을 느낄까? 고향? 학교? 직장? 이마저도 어쩌다 속해진 우연적 집단이고 모두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곳도 아니다.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이 학교, 직장, 동아리 등에서 만들어진 친목 모임은 있지만 대의를 공유하거나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함께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바스크 친구들은 사회, 정치적 관심과 참여가 높다.


바스크에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모여 요리를 하고 나누는 공동체 문화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는데 가족끼리만, 친구들끼리만 ‘끼리끼리’가 아닌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모이는 것도 꽤나 자연스럽다. 한국의 레인 서울 팀코치인 남편과 나도 스페인 팀코치들의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집에 초대받기도 했었다.


(무엇이든 명과 암이 존재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경험은 존에게만 들은 답이기에 다른 바스크 사람은 또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다른 팀코치들을 인터뷰할 때도 공통적으로 물어보려 한다.)


<세 번째 질문>

“최근 한국에서 ‘팀 프러너는’ 낯설지만 ‘앙트러프러너'는 꽤나 알려진 개념이 되었어. 너는 이미 앙트러프러너이면서 팀프러너이잖아. 너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 두 가지가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삶에 필요한 걸까?


존: 우선 앙트러프러너와 팀프러너가 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 우리 아버지도 앙트러프러너였지만 아버지가 일하고 배우는 방식, 심지어 가치관까지도 나와는 많이 달랐어. 이 점이 개인과 팀이 다른 이유야. 팀으로 가치와 방향은 물론 좋은 순간, 나쁜 순간을 공유하는 기쁨은 정말 크거든. 이 년간 1인 창업을 해봤지만 그 방식이 행복하지는 않았어. 혼자 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확실히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

앙트러프러너로 인생의 한 시기를 경험하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해. 개인, 가족, 국가나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중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거든. 내 경우에는 어떻게든 앙트러프러너가 되도록 강요(?) 한 마법 같았던 교육 덕분에 가능했어. 레인에서 배운 것은 엄청났지. 레인이 아니었 다면 앙트러프러너가 되지 못했을 거야.


한 차례 오간 질문과 답이었다. 밑줄 쫙 치며 기억하고 싶은 답변도, 좀 더 물어보고 싶은 내용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처음 존을 만났을 때의 ‘아이 둘 쯤 있을 아버지’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레인 졸업 후 10년여간 레인너들과 팀코치들의 팀코치로 많은 이들을 성장시켰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존 자신의 성장을 말이다.

아재개그를 좋아하지만 코치로서의 존은 꽤나 진지하다. 얼굴표정부터 바뀐다.

 마지막으로 존이 안식년 후, 틴더를 통해 여자친구를 만난 점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반갑고 좋다. 진지와 엉뚱 사이, 러블리한 존의 매력도 과감 없이 발휘해 보길 바라본다.


이 글에는 낯선 용어들이 등장한다. 이 중 몇 개를 아래에 좀 더 설명해 보았다.

1. 팀커퍼니: 개인이 아닌 팀으로 함께 기업을 설립한다.
2. 레인서울(LEINN Seoul): 2020년 레인 학사과정을 한국에서 론칭했다.
3. 앙트러프러너(Entreprener) : ‘사회적 기업가’로 한국에서는 주로 번역이 되는데 이는 일본을 통해 잘못 번역된 사례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의미보다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과 모험성을 지는 사람의 이미지가 앙트러프러너에 더 가깝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한국어 번역 대신 ‘앙트러프러너’로 사용했다.
4. 팀프러너(Teampreneur): Team(팀)과 Entrepreneur(앙트러프러너)의 합성어이다.
관련 홈페이지
1. 레인서울: https://leinnseoul.kr​​
2. 아쇼카한국: https://www.ashoka.org/ko-kr/country/south-korea


다음 글에서 MTA교육방법에 대해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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