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으로 MBC 뉴스데스크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동안 신문기사의 지면으로는 종종 소개되었지만 지상파 방송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짧은 시간 안에 학교의 모습을 다 줄 수는 없었기에 생략된 부분들이 아쉽기도 했다.
방송 내용은 인터넷 신문으로 다시 볼 수 있었다.
큰 관심 없이 지나가다 본 기사의 댓글이 충격을 주었다.
댓글을 단 사람들은 어떻게 그 짧은 내용을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고 아는 것처럼 댓글을 남길 수가 있지?
아주 긍정적 내용의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포장과 과장 없이 말이다.) 댓글에는 근거 없는 판단이 이미 내려져 있었다.
'똑똑한 애들이 모여있네'
'미국에서 저러다 망했지'
'대안교육의 한계'
'커리큘럼이 없다.'
저런 내용의 댓글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는 뜻이다.
당황스러웠다. 그 어느 곳도 정확한 사실도 아니었다.
순간의 내용을 자신의 주관으로, 그것도 부정적 선입견, 추측으로 이미 도마에 올리고 망치를 내려치면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더 나은 커리큘럼과 수업을 위해 끊임없는 교사회의, 이미 공교육에서 자신들의 수업과 교실에서 교육을 변화시키던 교사들이 모인 학교, 배경과 성적이 너무나 다양한 아이들이 지원하고 있는 학교.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한계성 결론을 머릿속에서 내리고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고 있었다.
이 댓글들을 보면서 이전에 읽었던 다른 기사들의 댓글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 얼마나 많은 내용들이 지레짐작, 근거 없는 주관의 성급한 결론이었을까?
이 경험 이후로는 기사의 댓글을 보지 않는다. 우연히 보게 되더라도 동의도 동조도 느끼지 않도록 경계한다. 사실이 아닌, 거의다가 부정적 선입견임을 아니깐.
이처럼 우리는 얼마나 주관적인 해석으로 외부 세상을 바라볼까?
위 댓글을 쓴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가 주관적이다. 100% 객관적 판단과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 주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보여주고 싶고, 쓰고 싶은 것들만 조각조각 오려내어 편집하여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고, 일부를 확대시켜 전혀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버리는 많은 기사들과 또 우리의 해석들
얼마나 쉽게 동조하고 근거 없는 성급한 판단을 내려버리는가?
뉴스를 보고 있자니, 더욱 마음이 착잡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