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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upreneur 크리스티나 Aug 14. 2020

[Book Re:view]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by 이주현)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말괄량이 삐삐"의 캐릭터처럼 ‘삐삐언니’라는 단어는 ‘굉장히 씩씩한 모험가’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저자가 그런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바로 이어짐을 발견한다.

조울

처음에는 ‘조율’을 ‘조울’로 잘못 읽었나? 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졌다. 방금 느낀 그 씩씩한 느낌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단어.


더군다나 ‘조울의 사막’을 건넜다고?' 광활하지만 생명력이 적은 작열하는 태양과 끝도 없이 파도처럼 굽이 이어지는 모래가 있는 사막이라니.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과 상담을 통한 치료를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받고 있기에 ‘우울증’은 익숙하지만 ‘조울증’은 생소했다.

단순히 조울의 상태를 '기분의 고조와 우울 반복 정도 로만 인식하고 있었고 책을 읽으며 나의 섣부렸던 추측이 틀림을 곧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는 정신병동에 묶인 상태의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설 같은 긴장감을 준다.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딜까?
잠시 생각했다.
몸이 묶여 있었다.”

p. 37

영국의 작가 제이 그리피스는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조울증과 함께 보낸 일 년>>에서 “전등 스위치를 끄고 켜기를 반복하듯 비상하며 추락하는 모순적인 광기에 빠져 토끼굴로 빠져들었다.”라고 했다.


 상태는 단순한 기분의 고조가 아니었다.
저자는 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잠을 안자도 괜찮을 만큼 추진력 집중력 창의력 등이 고조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 ‘타인과의 거리’,  경계를 무너뜨려 사회적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절제한 도박, 알코올, 쇼핑 등의 문제도 나올 수 있다.

두어달의 ‘조’의 상태 후 훨씬   기간동안 ‘우울 기간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고의 패턴, 신체적으로도 자신을 돌보지 않는 상태 등의 반복.

몇 시간이면 읽을 만큼 스토리가 흡입력 있게 잘 짜여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세 부분을 언급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저자가 자신이 조울증을 앓게 된 이유를 추적해 보는 내용이다.


<공부라는 > 이란 주제가 있다.

p. 107
이처럼 공부 일색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은 후일 조증 시기에 엄청난 분노로 터져 나온다. 한국의 학벌주의, 여기에 편승한 부모와 교사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내가 ‘공부 기계’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선생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화를 내고 따질 순 없었기에 부모님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냈다. 내가 알아서 공부할 수밖에 없도록 조종(manipulation)했으며 딸의 ‘이상한 몰입’에 대해 성격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직업이었는데도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에 그대로 편승했다고도 몰아세웠다. 살아가는 데 1등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왜 일러주지 않았는지 원망했다.


이어 저자가 북아메리카에 사는 붉은 사슴, 엘크 수컷의 화려한 뿔을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 절정이다. 이토록  맞는 비유라니. (이 부분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왔고 그만큼 다양한 부모님도 만났다. 공황장애를 겪었던 친구가 있었다. 처음에는 가슴통증으로 시작을 하였고 2, 3일에 한 번꼴로 과호흡을 겪었다. 당시 기숙사 학교에 근무를 했었기에 부모님과는 떨어져 지냈었다. 몇 차례 응급실에 갔을 때 아버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셨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학생에게 건넌 첫마디가

, 이것밖에  보여주냐


그 말을 옆에서 들은 내가 되려 충격을 받았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돼죠." 라고 말렸다.

또 다른 학생은 ‘유서’ 비슷한 내용을 남기고 연락두절이 된 적이 있다. 다행히도 몇 시간 만에 발견했었고 역시나 기숙사 학교라 지방에 사는 부모님께 연락을 취하고 학생과 같이 밤새 있었다. 2-3시간이면 차를 타고 오는 거리를 어머님은 거의 10시간 만에 오셨다.

오시는 도중 나와 통화를 하시면서 이런 말을 하셨다.
 때문에 내가  운전을 해서 가야 한다

이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었다

결국 어머님은.. 중간중간 차에서 쉬시며 오셨고, (졸음운전은 위험하다. ) 서울 근처에 사는 학생의 이모집에 들러 아침밥도 드시고 오셨다.
11시 즈음, 다른 선생님 두 분과 학생과 점심을 먹은 이후에 드디어 도착하셨다.

라캉이 말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부여하는 기대와 욕망을 고스란히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이라 착각하고 내면화한다.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으로 아이에게 미친다. 교사를 하면서 더욱 많이 느끼는 지점이다.

두 번째는 <글쓰기는 나의 힘>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행위는 극한 상황에서도 숨통을 틔울 수 있는 한 조각 작은 마당이자, 자기 위로의 습관이자, 위축과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된다.


<치유의 글쓰기>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있듯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차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약간은 명상과 같은 면도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이리저리 공중에 흩날리는 생각들을 한 데 모으는 글쓰기를 사랑한다. 뿌연 흙탕물과 같은 마음에서 침전물은 가라앉고 이전보다 맑아진 물이 되는 경험을 한다.

저자 역시 병원에 입원한 와중에도 ‘기록’을 한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되짚어 보며 찬찬히 기록해 봄으로써 나를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여자친구 프로젝트>


p. 237
“연인이든 단순한 친구든 또는 직장 선배나 후배든 여러 종류의 관계에 놓인 남자들에게선 절대로 얻지 못하는 그 무엇이 여자 친구에게 있다는 것을, 서른을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됐다.”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았기에 저자가 얘기한 몇 줄의 내용으로 100%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나도 비슷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여자와 남자의 생각의 ‘ 많이 다르구나이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패턴의 차이다. 특히 교사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들을 마주하며 더욱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서로 다른 성별이 유전적으로, 진화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질의 차이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기에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지점이 반가웠다. 내 경우 우울증의 증상은 아니었지만 교사 임용고시 3주 전 일주일간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적이 있다. 일주일 내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나고, 거리의 노숙자를 봐도 감정이입이 되어 너무 슬펐다. 심장은 평소보다 빨리 뛰었고 머릿속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았다. 팔과 어깨에는 불타는 듯한 통증도 느꼈었다. 신경안정제를 계속 먹었다. 다행히도 1주일이 지나자 증상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친구가 체했을 때는 손도 따주면서 많이 걱정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런 위로의 지점들이 있었기에 증상이 사라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누구에게나 좋은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도움은  만한 책이다.
내게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듯 책을 읽는 독자마다 자신에게 ‘ 닿는지점이 다를 거라 생각한다. 어떤 지점에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지 스스로 찾아보면 의미가 있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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