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무엇일까?
[당신이 옳다 중]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책의 초반까지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나도, 저 사람도 다 옳으면, 어떠한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하고, 서로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핵심 내용은 그 사람의 행동까지 옳다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동료와의 갈등 혹은 학생과 상담을 할 때 어떻게 내가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해 실마리를 주었다.
지금은 학교를 떠났지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해서 내게 개인적으로 상담 요청을 신청해왔던 학생이 있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책을 읽으면서는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공감한 것이 아니라, 그래도 네가 함께 잘 지내려면 너에게도 ‘노력’ 이 필요해라는 메시지를 주었었음을 깨달았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는 책에 내용에 따르면 나는 이 학생을 평가하고 조언하고 충고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 학생은 나의 말에 ‘끄덕’이기보다는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때 내가 진짜 공감을 했었더라면 그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책을 2/3쯤 읽었을 때 정혜신 박사님의 북 토크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고, 질문코너에서 한 학생에 대해 질문을 했다. 나름 그 학생을 많이 이해하려고 하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게 잘하는 건지 그 학생이 심리치료도 거부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을 했다. 박사님의 대답은 나를 다른 생각으로 일깨워 주었다. '질문자의 질문(나의 질문)은 문제가 일어나는 현상과 그 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하셨다. 내면적 공감, 그냥 그 학생에게 ‘ 너 이래서 힘들겠구나, 힘들었구나’라는 공감이 더 중요하다는 대답.
이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공감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 따르면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다.
단, 그냥 네가 옳다, 끄덕끄덕 듣기는 ‘감정노동’이다. 듣다 보면 지치고 짜증이 나게 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 ‘게임하는 것을 못마땅한데 직업으로 삼겠다고’ 얘기를 하면 왜 갑자기 공부를 잘하는 애가 저런 마음을 먹었는지 납득이 안된다. 납득이 안되면 ‘물어봐야 한다’ 이렇게 저렇게 ‘말하기(조언, 충고, 평가, 판단) 하기 전에 물어봐야 한다.’
듣다 보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될 수 있다.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만큼 공감할 수 있다.
그래야 나도 편안해질 수 있다.
‘아 그랬구나’라는 말, ‘그 존재 자체가 드러났을 때 다 받아 안아주는 네가 옳다 라는 정수'
한 존재에 주목하기 / 존재에 대한 감각의 민감함
그 대상에 ‘관심’ 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한 존재를 오롯이 수용, 공감이다.
이미 알고 있는 frame을 집어넣지 말기, 사람에 대해 함부로 규정하지 않는 자세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이다.
이 관계를 지속하면 손상이 된다면 정리가 맞다. 관계를 다 좋게 할 수 없다. 이것은 강박이다.
가족끼리의 공감이 안 되는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접점이 많아 그때의 사랑이 채워지지 않을 때의 분노로 인해 공감이 더 안될 수도 있다. 이는 ‘빛’의 관계라는 것. 가까운 사이의 공감은 그래서 더 어렵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말은 존재의 과녁, 존재의 눈을 대고 말하는 파괴력
존재의 과녁에 들어가는 것
그때 어떤 맘이 들었어? 존재의 마음으로 그대로 들어가는 것
그때 어떤 심정 이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 허기가 면해져야 한다. = 그 존재로 들어가는 것=감정노동의 끝
정혜식 박사님은 아이 혼내본 적 없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인 경우, 어떻게 하다 그렇게 했어? 그러면 깨닫는다. 아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성숙하다는 것, 들으면 설득이 된다.
죽고 싶다는 아이에게
"왜 죽고 싶니?"라는 물음은 답, 생각을 얘기해야 하는 질문이다. 요구의 질문은 힘이 든다. 심리적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냥 ‘죽을 만큼 힘들구나, 힘든 뭔가가 있구나’ 나의 고통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면 된다.
또한 교육자분들이 꼭 아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의 밝은 얼굴을 봤을 때 반응을 보이면 그 사람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 강박, 관계의 단절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네가 좋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또 힘이 들 수도 있다."는 너의 성과를 신경 쓰지 않는다 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교사가 너무 많이 좋아하면 안 된다. 아이는 '이 교사까지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너 또 안 좋아질 수 있어. 그때 또~ 하면 돼~ 그럼 그때 또와"
라는 말 한마디의 공감.
그냥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전할 수 있다.
세상에 그 아이가 받아보지 못했던 집중
"난 네가 그런 애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느껴.."
존재의 눈으로 바라봐 주는,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권위’가 생기는 것이다.
삶에 대한 본능은 깊숙이 집중과 주목을 해주는 것, 존재에 눈을 맞추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내가 공감한다고 생각하며 했던 말과 행동이 공감이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를 바라봐주는 것.
이 책을 학부모님께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다. '책을 읽고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라는 감사한 문자를 보내주셨다.
책을 읽었다고 단번에 프로공감러가 되지는 않는다. 내용이 온전히 내 것으로 스며들기 위해 현실에서의 노력과 계속적인 reflection이 중요하다. 내가 북 토크에서 질문했던 것처럼, 분명히 책을 읽었는데도 나는 제대로 된 공감을 못하고 있었음을 발견했었다. 그때의 난 '문제가 일어나는 현상과 그 해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라고 해주신 답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에게 이와 같은 공감적 반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건강한 내면의 사람의 요청은 정말 건설적인 피드백이다. 말 그대로 조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황의 맥락(context)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격증이 있다고 모두가 환자를 대하는 의자의 '본질적 자격'을 갖춘 것이 아니듯, 교사 역시 교사 자격증 혹은 타이틀이 있다고 모두가 좋은 교사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지속적 배움, 성찰, 실행의 지속이 필요하다.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
<출처>
당신이 옳다. -정혜신-
해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