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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Aug 19. 2023

장어 먹고 각방 쓴 날

낚시에 진심이 된 아줌마. 웃기고 싶다.

1분에 1만원을 벌 줄 알던 여자네 가족과 글램핑 가서 바베큐 하다가 내가 둘째 임신했을 때 같이 장어 맛있게 먹은 이야기가 나왔다. (지독한 입덧 때문에 내가 총 다섯 점쯤을 먹는 동안 꼬마 공주가 혼자 족히 반 마리는 먹은 날이었다.)


그게 여자와 나의 마지막 장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우리 또 먹으러 가자며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구)남편 차 얻어 타고 놀러를 와서 인근 맛집을 검색했더니 장어집이 나오는 게 아닌가. 어맛, 이건 먹어야 해!!!


차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가성비 좋다는 장어집이었는데 먹어 본 장어 중 가장 임팩트가 없긴 했지만, 이모님이 바쁘신 와중에도 너무 다정하시고 애들도 잘 챙겨 주셔서 기분 좋게 1인 1장어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놉. 전혀. 일절. 아무 일도. 애초에 지인이 침실/화장실 각 두 개인 패밀리룸을 예약해 준 덕분에 깔끔하게 각방을 잘 쓸 예정이었고, 공주는 좋아했던 장어를 잘 먹었고, 왕자도 물고기 요리를 먹어 보라는 어린이집 과제를 완수했다.


아이들은 대체로 종일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가족끼리 놀러 가는 거 오랜만이다!!” 라며 내내 호들갑을 떨던 딸과도 아빠 없을 때 중요한 대화를 잘 나눴다. 아빠가 없든 엄마가 없든 우리는 우리 모양대로 다 가족이라고, 행복할 수 있는 거라고. 다른 집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그는 곧 호르몬의 노비가 될 예정인 나 대신 애들과 열심히 놀아 주느라 좀 지쳐 보이긴 했지만 제법 즐거워도 했고, 아이들과 함께 환히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했을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몰빵 운전을 한 그에게 부채감은 갖지 않는다.





이게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면요…

https://brunch.co.kr/brunchbook/divorce-story



한부모 육아는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om-and-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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