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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Oct 03. 2023

니가 매형이 어딨니

(구)매형과 (구)처남의 만남

추석 연휴라 동생과 같이 고향에 갔다가 올라왔다. 동생이 아니었다면 꽉 막힌 도로에서 6시간 반 동안 아이들 데리고 오롯이 혼자 운전하는 길이 정말 힘들었을 텐데 함께라서 갈 때도 올 때도 덜 힘들었다. 아이들이 연휴 마지막 날을 아빠와 보내기로 했다고 하자 동생은 애들 아빠가 올 때까지 육아와 가사를 돕겠다며 우리집에서 자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로 육아와 가사를 많이 해 준 동생이 밤을 보내고 아침까지 잘 먹은 후 애들 아빠가 올 시간이 가까워져 나는 동생에게 물었다.


"애들 아빠 이따 9시에 온다는데 마주쳐도 너가 괜찮겠어? 현관까지 오거든."


동생은 괜찮다고 말했다. 그게 뭐가 어떠냐고 했다. 나는 애들 고모를 마주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고 말하자 동생은 갸우뚱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공주가 예상했던 대로 9시를 10분 정도 넘겨 애들 아빠가 도착했다. 현관 옆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자 들여다보려는 듯하던 찰나, 동생이 먼저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했다.


매형?

누가 니 매형이냐고 아무도 못 듣게 속으로만 구시렁대는데 애들 아빠 입에서도 인사가 나왔다.


처남 왔어요?

동생은 아직 말리지도 않은 머리에 수건을 덮어쓰고는 밖으로 나와 (구)매형와 포옹을 하며 잘 지내셨냐 안부를 묻고, 애들 아빠는 (구)처남의 등짝을 토닥이며 공주랑 왕자랑 놀아 줘서 고맙다고 하는 화기애애한 상황. 웃기는 짬뽕도 이런 웃기는 짬뽕이 없을 것 같은 이 순간을 마주하기가 불편해서 나는 뒤돌아 눈을 그만 질끈 감으며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도 붙들었다.


태권도 밤띠를 가져와 아빠에게 자랑하는 왕자의 밝은 목소리와 아이고 잘했네 우쭈쭈 하며 아들의 자랑을 반기던 그의 목소리를 동생도 오래오래 기억하겠지.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괜찮다. 누나의 고생 앞에서 눈물 쏟던 동생 아닌가. 잘한 결정이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던 동생이니 이혼해서 불편한 내 마음은 고이 적어 정리한다.  



(이미지 출처=Gulf Today, What is the future of hugs, handshakes and high-f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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