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군 귀여워
퇴근 후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반납기일이 다 된 책을 챙겨 도서관에 갔다. 운영 시간이 끝날 때까지 흩어져 책을 보다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고, 그러다가 내가 이쁘기만 하다며 온갖 데이트 코스를 읊어대던 분이 추천했던 과자를 사려고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였다.
띠뿌띠뿌씰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아이들이 포켓몬 빵으로 가득한 진열대를 그냥 지나치진 않았다. 처음 보는 여러 빵 앞에서 아이들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떠들었고, 나는 과자를 찾으며 계속 주의를 줬다. 사장님이 아이들 대화에 끼어들어 맞장구치고 추임새 넣는 걸 들으니 다행히도 아이들을 귀여워하시는 것 같았다.
찾는 과자가 안 보여서 음료 코너를 구경하는데 아이들이 무슨 빵을 살지 고민하느라 자꾸 계산대와 진열대 사이를 오가는 소리가 났다. 연세 지긋해 보이던 사장님도 새로 들어온 물건을 정리하려다 말다, 바코드를 찍고 기다리다 다른 손님이 오면 새로 계산을 하시길래 아쉽지만 주류 선택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챙겨 계산대로 갔다.
"사장님, 정리도 못하시고, 죄송해요."
진상 꼬마들 데리고 온 맘충이 멋쩍어 사과를 건넸더니 사장님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애들이 다 그렇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빵과 컵라면 바코드를 다시 다 찍으시고는 결제 금액을 말씀하셨다.
5100만원입니다~
재래시장에서나 들을 법한 뻥튀기식 금액이 공개되었을 뿐인데 공주랑 왕자가 동시에 왕눈이가 되더니 서로를 쳐다보며 외쳤다.
에에엥~? 오천 백만워언???
끝내는 꺄르르 넘어갔던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도 날것 그 자체여서 나는 편의점 사장님과 눈을 마주치며 웃음 섞인 콧바람을 뿜었다. 별 대단한 것 없는 한마디에 저렇게까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라니, 이럴 때 보면 아이들의 행복이란 이보다 더 쉬울 수가 없다.
보람차고도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싱글맘에게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란 젯밥 꽁돈만큼이나 효과 직방인 피로회복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웃음이라면 그 효과는 더욱 만점. 늦은 밤 편의점을 지키던 사장님에게도 짧지만 기분 좋은 순간이었기를 맘충은 빌어본다. 매일매일 이렇게 웃을 일이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미지 출처=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