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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Mar 20. 2024

혹시 디지털 약자세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디저털 약자란 누구일까요?


흔히 스마트 기기와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친해지기를 포기한 사람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지만 젊은 사람들 중에도 디지털 약자가 있습니다. 갑자기 왜 디지털 약자 타령이냐고요?


작년 9월 어느 날, 저는 다소 의아한 화면을 마주했습니다.


하루에 무려 열두 번이나 제 이름을 검색해 들어온 누군가를 발견한 순간 저는 조금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 있는 제 글을 만난 어느 분이 나를 여러 번 찾아 읽으셨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고마운 일인가도 생각한 후 늘 그래왔듯 여러 일을 겪으며 죽도 밥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제 삶을 살아갔습니다.


이사 준비에서 스트레스가 오길래 오락 삼아 십여 개 정도로 목차를 정리하여 <유자녀에 미혼이지만 괜찮고 싶어요>를 연재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드릉드릉 글 쓰는 재미 덕분에 스트레스에서 잘 벗어나고 있었을 때도 콕 집어 도비를 찾는 누군가의 방문은 이어졌습니다.


풀어서 쓴 적은 없지만, 제가 누구인지를 아는 누군가로 인해 한동안 불편함, 불쾌함과 부대껴야 했던 시간이 자연히 떠올랐습니다. 혹시 예전 그 사람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겪은 일을 전해 들은 친구들은 하나같이 "스토킹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었거든요.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제 이름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어느 순간 불편해졌습니다. 제가 전남편 아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전에 없이 흥미로웠는지, 연락이 뜸하던 사람에게서 새로 올린 글에 대한 댓글을 카톡으로 받는 일도 반복되었습니다.


평생 단 한 번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마감일을 어긴 적 없는 사람인데, 처음으로 글쓰기를 멈추며 양해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나를 찾아 들어오나 한 번 지켜보고도 싶었습니다. (일일 조회수가 30회가 채 되지 않는 이 시각에도 도비의 브런치를 두 번이나 검색해 들어온 기록이 있습니다.)


지나간 몇 개월 중 아무 날짜를 막 찍어도 이렇게 나옵니다. 평소에는 안 보려고 합니다만.  


자, 9월의 어느 날부터 지금까지 반년 넘게 양치라도 하듯 김도비 브런치, 도비의 브런치, 도비의 이혼, 김도비 이혼일지, 도비의 발칙한 이혼을 찾아 제 브런치를 찾아오신 당신은 디지털 약자임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도비가 디지털 약자 탈출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브런치 앱을 다운로드한다. 

2. 카카오톡 로그인하기를 선택한다. (자녀에게 부탁해도 되고, 아니면 가까운 휴대전화 매장에 가서 로그인 좀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3. 액정 하단의 발견 탭에서 ‘김도비’를 검색한 후 구독하기를 누른다. (이것도 매장 직원에게 부탁해 보세요.)

브런치에 올라온 앱 사용 안내글도 추천합니다.
이렇게 생긴 앱을 찾으시면 됩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김도비 브런치를 매일같이 검색하는 귀찮은 일에게 이별을 고할 시간이 왔습니다. 브런치에는 유익한 글을 쓰는 좋은 작가님들이 아주 많으니 다양하게 둘러보시면서, 잘 읽은 글에는 라이킷 하트도 누르시면서 브런치를 잘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혹시나 제 안부가 적당히만 궁금하실 보통의 독자님들이 계실까 하여 소식을 전합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이사를 포함한 여러 일을 겪으며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거친 이사 아저씨들이 오려나 살짝 걱정했었는데 여태 본 것 중 가장 스윗하고 유쾌한 아저씨들을 만나서 이사를 잘 마쳤고, 공주와 왕자 모두 초딩이 되었습니다. 오빠는 잘 지내고, 동갑내기 이혼남도 잘 지냅니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멋있고 다정합니다. 너무 귀여우셔서 웃음이 난다느니, 자기가 웃게 해 줄 테니 자주 나오시라느니 하는 (아마도 생계형) 플러팅을 시전해서 제 심장에 속수무책으로 무리가 오길래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유죄인간 잡아가라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혼자서도 잘 웃으니까요 :)


해 떨어지기 2분 전.


(이미지 출처: Freepik. AI 작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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