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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Apr 07. 2023

쓰레기통에 프라다백 던져 넣은 암환자의 버킷리스트

명품백은 버렸지만 이것만은 갖고 싶다  

안녕하세요, 김밥 김, 도토리 도, 비둘기 비, 김도비 인사 드립니다 :)


요즘 글이 잘 안 올라와서 무슨 일 있나 싶으시다고 댓글 남겨 주시고 메일 보내 주신 분들, 감사해요. 안 궁금해하신 분들이 압 압 압도적으로 많습니다만, 그래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네요. 꾸준히 라이킷 해 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고맙습니다.


못 써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쓴 것 같지만 요즘은 밤에 집에서도 일을 하느라 그런지, 일 안 할 땐 운동하느라 물리적으로 글을 쓸 시간이 준 탓인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구독자 수가 부담인지, 전보다 드물게 쓴 건 사실인데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군요. 브레이크 고장난 듯 쓸 수도 있겠으나 사는 게 매일 비슷합니다.


브런치가 어떤 데인지 잘 모르면서 앓는 소리를 올린 지 벌써 반년이 되었네요. 12월에 <발칙한 이혼 일지>라는 제목으로 매거진을 만든 후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길래 처음에는 브런치의 문법을 파악한 탓에 메인 노출 빈도가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슬프게도 잘 팔리는 '이혼 문학'이라는 트렌디한 장르 덕인 것 같아요. 맙소사.


여담입니다만 한날한시에 메인에 글이 두 개 뜬 적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 덕분에 메인 노출과 관련한 실험도 몇 차례 해 봤습니다. 나중에 한 번 다뤄 보고 싶어요, 이를 테면 "발행 취소 없이 다음 메인에서 사라지는 법"처럼 수요가 별로 없을 듯한 주제 말이죠.



그런데 브런치 시작 전에도 하고 싶었던 "책 쓰기"는 여태 못 하고 있네요. 따로 파일에 썼던 초반 글은 브런치 영향이 하나도 없는데, 매거진에 올린 어떤 글들은 처음부터 브런치 글로 쓴 바람에 하나로 엮으려니 이질감이 있어요. 기존에 쓴 글과 정신줄 놓은 채 실시간으로 쓴 글이 뒤섞여 그것도 바로 잡고 싶고, 무엇보다도 글 제목을 파일 속 원래 제목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1분에 1만원을 버는 여자의 집에 있는 원고.


티가 많이 안 날 수도 있지만 꼭 하고 싶은 작업이라 발행한 글을 취소할 수도 있고, 하나의 글을 둘로 나눌 수도, 전에 올라왔던 글을 새로 발행할 수도 있어요. 아직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서랍에 보관하는 기능을 최대한 잘 활용하고 싶습니다만 삑사리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미리 양해 구합니다.


원래 대체로 명랑한 도비는 똥꼬발랄함 빼면 반쯤 시체예요. 입을 열면 웃긴 말, 요상한 말이 종종 나와서 친구들도 그러려니 하는 사람입니다. 남의 말에 의하면 통통 튀는 생각과 활기가 장점이라 한때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분들의 읽을거리를 쓴 적도 있는데, 알 수 없는 인생이 저를 여기로 데려와 이러고 있네요? 세상 참.


수술하고 인생도 접고 싶어졌을 때 프라다백과 구찌백을 미련 없이 아파트 공용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적 있는 도비는 물욕으로 가득한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만, 지금은 저도 그것 하나가 몹시 갖고 싶네요, 샤넬백 말고 브런치북이요. 되게 싫은 글 하나를 마쳐야 이 고개를 넘어갈 수 있을 텐데 올해 안에 하려나요.


틀어놓고 집 치우기 좋았던 것. 도비도 수요 없는 공급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이것도 수요 없는 공급일 테지만, 건강은 적당히 괜찮습니다. 얼마 전 정기검진 차 병원에 다녀왔는데 슬의생 교수님과 메일 주고받은 뒤 처음으로 뵌 거였어요. 3분 컷 진료 잘 받고 돌아와 맘스터치 버거 세트 하나를 기분 좋게 클리어했습니다. CT랑 채혈 처방받아 예약하고 왔지만, 그래도 재수술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위로를 받으면 좋을 것 같은 멋진 말을 많이 해 주신 내 슬의생 교수님. 뻥이 아니라 정말로 슬의생 배우님을 닮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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