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1 잠실 교보
(비빔밥을) 비빌 때, 어머니는 숟가락을 쓰지 않고 젓가락을 써서 가볍게 비볐다.(중략) 어머니는 "살살 비벼라. 으깨지 말고 치대지 마라. 반죽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중략)
비빔밥에는 희 밥알의 존재가 한 개씩 살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나물들의 개별성이 뒤범벅이 되면서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머니의 원칙이었다.
(<허송세월>, 김훈, p199)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 보면 헛되어 보이는 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