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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호 Sep 15. 2024

김익한교수의 마인드박스(강연)

20240915 후쿠오카

스스로를 기록학자로 규정하는 김익한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광화문 교보빌딩의 23층 다산홀에서 교보문고에서 토요일 오후 열린 강연은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한 사람들로 300 여석의 자리가 가득 찼다.


강연의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김익환 교수는 이 거창한 주제의 대답을 찾는 방법으로 나주고 쪼개어 규정한다는 방법을 제시한다.


1. 우리가 안다는 것은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것이다.

2. 명확한 규정은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큰 질문(나는 누구인가)은 작은 질문(나의 역사, 나의 성격, 나의 생각)으로 이루어진다.

4. 작은 질문들에 대하여 기록하고 이를 정리하면 단 몇 줄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

5. 자기규정에 관한 의미 있는 작은 질문들을 뽑아내고 이에 대하여 누적된 기록을 통한 답을 찾아낸다.

6. 이 작은 질문의 규정들이 나를 이루는 사실 혹은 인식이며 이는 큰 질문에 대한 근거 있는 대답이다.


김익한 교수는 작은 질문들은 마인드박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박스에 나의 답을 넣는 작업이 기록이다. 기록은 누적되고 누적된 기록 속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총체적인 규정, 질문에 대한 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김익한 교수의 방법을 타당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기록에 대한 집착을 가진(가졌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객관화하는 작업이고 누적된 기록을 통해 내가 못 보건 혹은 보기를 거부하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록은 나의 생각을 객관 하여 바라보는 메타인지의 섬세함을 키워준다.


또한 이러한 규정 지음은 유용하다. 기록을 통한 명확한 규정은 과거와 지금의 생각을 뚜렷이 인식하는 일이다. 현재의 인식은 내가 마주한 상황을 판단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데 명확한 기준이 되어준다. 나는 기록을 통한 자기 인식의 유용함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1.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인식은 현재 마주한 상황의 원인과 경위를 인식하게 한다.

2. 원인과 경위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 혹은 대응 방법들을 떠올릴 수 있다.

3. 대응 방법들 중 나의 선택은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에 기준한다.

4. 나의 가치관, 기호가 명확하면 선택지를 결정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5. 명확한 방향과 자발적인 결정은 더욱 빠르고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6. 위와 같은 선택의 과정이 자기 성찰에서 나온 것을 이해하므로 선택에 의심과 후회가 없다.

7. 자기 다운 선택과 행동의 전반적인 기록은 그 결과의 성패와 무관하게 다음 선택의 교훈이 된다.


나는 누구인가? 의 대답은 없다. 그저 모든 작은 질문의 총합이 지금의 나일뿐이다. 이 총체를 한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구석구석 작은 질문들에 명확하게 답을 가지고 이를 통하여 매 순간 자기 다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이것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최선을 답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나답게 살겠다는 대답이 될 수 있겠다. 아주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눈이 번쩍 뜨이는 비법도 없었지만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강의였다.


(후기) 강연의 시대에 관하여


포지션을 선점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메모법이라는 주제로 유튜브에서 유명해진 김인환 교수는 자신을 기록학자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으로 자칭했다. 더 유명한 혹은 유능한 기록학자가 될 수는 있지만 김교수의 첫 번째 기록학자라는 타이틀은 넘어서기 어려운 법이다. 동일한 예로 빅데이터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총체적인 행동과 사고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송영길 씨도 오래전부터 자신을 마인드 마이너(생각을 캐는 사람)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건강한 장수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정년이 너무 이른 시대이다. 정년은 60살인데 요즘의 60대는 외모도 몸도 생각도 여전히 청년이다. 철들지 않아 꼴불견인 청년들도 너무 많다. 예전에 환갑잔치를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와 비교한다면 열 살이 아닌 스므살 이상 차이가 나 보인다. 앞 세대보다 젊어진 만큼 그들에게는 그 이상으로 살 날들이 길게 남아 있다. 그러니 몸도 마음도 여전히 청년인 노인은 생계를 위해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스스로에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연륜과 지식을 지닌 많은 중년들이 강연자로 작가로 새로운 커리어를 찾고 있다. 유튜브를 통하여 자기가 쌓아온 지식이란 자원을 세상에 나눈다. 최근 10년, 유튜브를 통한 지식의 공유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이 혜택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신중년들만이 누리는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발달로 인한 초연결 시대가 100세 시대를 맞은 신중년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큰 장이 열렸다. 미리 준비하고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자에게 분명 여전히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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