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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호 Sep 30. 2024

유영만 교수의 강연을 듣다 #몸으로 생각하라#코나투스

20240930 교보생명 다산홀

한양대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는 공고를 나온 용접공 출신이다. 그는 지금까지 100권의 책을 썼고 (유명 강연 프로그램) 세바시의 최다 출연자이다. 교보문고 다산홀에서 열린 유영만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여러분 제가 오늘 여러분 앞에서 강의를 할까요 아니면 강연을 할까요? 강의는 머리를 채워주고 강연은 가슴을 뛰게 합니다. 유영만 교수는 강의 중에 '가슴을 뛰게' 하는 이란 말을 많이 했다. 그의 강연은 어떤 논리를 펼치거나 지식을 채우는 강의가 아니고 가슴을 뛰게 하는 강연이다. 그는 청중에게 머리로 생각하지 말로 몸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도전하고 경험하여 자기만의 새로운 경지를 이루라는 이야기이다. 그의 강의는 다음과 같은 요지로 이어졌다.


1. 독서와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어라..


유영만 교수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특히 용접공에서 출발하여 교수가 되고 또 여러 가지 도전을 하며 지나온 삶의 굴곡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그러한 경험들 하나하나를 책으로 남겼다. 이번에 나온 <코나투스>그의 100번째 책이다.


순간의 생각과 경험이란 점들이 이어저 선이 되고 그 선이 이어저 지금의 자신의 얼굴/모습(면)이 된다. 우리는 독서를 통하여 개념을 습득하고 이 개념은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융복합될 때 비로소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생각들이 이어진 것이 개인의 역사이고 그것의 총체가 지금의 '나'이다. 나만의 생각으로 의미 있는 점을 찍고 그것을 끊임없이 이어 나라는 멋진 작품을 만들라는 것이 유영만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진지한 독서를 권한다 그리고 책 속의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경험이다. 그의의 경험과 생각의 기록이 그가 지은 100권의 책이다.


100권은 대단한 다작이다. 그는 마치 쓰려고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스스로가 좋은 글감이 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책을 뒤지는 것이 아닐까. 얼핏 원인과 결과가 전도된 듯 보이지만 이 또한 삶을 이끄는 나쁘지 않은 동기부여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2. 삶에 고정된 배치를 바꾸어야 새 길이 보인다.


기존의 삶의 배치를 바꾸지 않고, 즉 고정된 삶의 틀을 깨지 않고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도 힘들다. 즉 비 오면 막걸리, 막걸리에는 파전이라는 고정된 조합을 벗어버리지 않고는 새로운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 굳어진 조합을 우선 바꾸어야 한다.

그럼 왜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하여야 하는가? 남들을 따라 사는 인생은 결과도 남들과 같이 뻔하고 그 뻔한 결말이 만족스럽기보다는 그저 그렇기 때문이다.  한번 사는 삶, 좀 멋지게 살자. 유영만 교수의 이런 주장이 너무나 흔한 말일지 모르지만, 뻔하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뻔하지 않은 시도를 하여 그저 그럴 뻔했던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본 사람만이 그럴 말을 할 자격이 있다.


3. 나만의 생각으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라.


그는 강의와 강연, 욕망과 욕구, 엉덩이와 궁둥이의 차이를 묻는다. 비슷하지만 대비되는 단어들을 제시하고 이 단어들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는 개념들을 날카롭게 구분하며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제를 이끌어 낸다.


단어는 단순히 말의 구성이 아니고 생각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념의 명확성은 생각의 명확함과 닿아 있다. 유교수는 습득한 개념과 자신을 경험을 복합시키며 자신만의 언어를 창조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언어란 무엇일까, 그가 제시하는 여러 문장들의 패러디는 그저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기존의 문장을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 속에 녹여내어 만들어 낸 자신만의, 혹은 자기 다운 생각의 표현이다.


4. 머리로 배우지 말고 몸으로 익혀라.


그는 강의 내내 몸으로 익힐 것, 경험으로 알아 갈 것을 강조한다. 가만히 앉아 무엇을 간절하게 원하기보다 당장 나서서 하나라도 몸으로 실천하라. 30년간 운동하며 몸을 만들고 킬리만자로에 오르고 사하라 마라톤에 도전하는 그는, 고민하지 말고 일단 저지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왜? 그가 그렇게 외쳐도 대부분의 사람은 지르기는커녕 더욱 세게 안전벨트를 동여맬 뿐일 테니까. 사람들은 성공을 원한다 또 동시에 안정적이고 편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성공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지녔다. 대부분의 성공학 책은 마치 책 속의 방법 대로 따라 하면 성공이 쉽게 눈앞에 펼쳐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는 단언한다. 성공은 어려운 것입니다. 피 땀 흘려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5. 자기 자신으로 살라.


결국 그의 강연을 처음과 끝까지 일관하는 가장 큰 주제는 '자기 자신으로 살라'이다. 서점가에는 어느 순간 무엇 무엇에 '미쳐라'라는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식에 돈에 부동산에 일에 등등. 수 십 권의 책들이 모두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미치도록 열심히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고는 얼마 후 미쳐라 열풍은 꺼지고 이번에는 괜찮아 열풍이 불었다. 뭐뭐여도 괜찮아, 아파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이번에는 별별 괜찮아가 줄을 섰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좀 쉬어도 좋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내용이다. 언제는 미쳐라라고 외치더니 이번에는 괜찮다고 외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려 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미쳐라라고 외치면 그것을 따라 미치려고 노력하고, 다수가 괜찮다고 말하면 나도 그저 괜찮기만을 바란다. 유교수는 자기 자신이 삶과 정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자기가 중심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몸으로 경험하고 스스로 깨우치는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6. 그리고 잘 익은 사과를 먼저 먹어라.


그의 논점은 명확하다. 인생은 짧다. 우리 중에 누가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는가? 그러니 살아가는 동안 자기답게 살자. 자기답게 더 재미나고 멋지게 살자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도전하자고 말한다. 많은 사과가 담긴 바구니에서 먹음직한 사과를 아끼려 상한 사과를 먹는다면 그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언제나 상한 사과만 먹다고 말 것이다. 사과는 많다 지금 눈앞에 가장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먹어라.


뭐냐 놀자라는 것이냐? 누군가 그렇게 들렸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 말도 옳다. 하지만 삶을 진지하게 하는 것도 내일 없는 듯 진지하게 지금은 마주하는 자세이다.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살기 위해, 내일을 위해 남겨 놓을 사과는 없다.



재미있는 강의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물론 유영만 교수의 지나친 언어유희, 억지스러운 아재 개그는 종종 당혹스러웠지만, 그것은 청중의 재미를 위한 강사의 노력에 대한 나의 옹졸한 반응일 뿐, 많은 사람들이 아주 즐거워했다. 나는 특히 그의 경험에서 나온 반성과 발견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큰 사고를 겪고 투병 중에도, 사하라 사막의 사투의 순간에도, 이 고통과 좌절의 경험들을 어떻게 글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집념일까 집착일까. 그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다.'라는 폴발레리의 말을 이렇게 바꾸었다.


삶을 바꾸지 않고 생각을 바꿀 수 없다.
내 생각은 내가 살아온 삶의 결론이다 - 유영만  



“좋은 예술가는 그대로 따라 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피카소


그는 모방에서 새로운 창조가 나온다고 말한다. 자신의 책은 표절과 창작 사이를 오가며, 청문회에 나가 표절 시비가 붉어질까 봐 정치를 못한다고 농담을 한다. 그는 한 분야의 책을 수 없이 읽으며 필요한 부분을 바로 옮겨 적고, 그 인용들 사이에 자신의 생각을 이으며 책을 쓴다고 했다. 옮겨온 내용을 자신의 말투로 바꾼다. 정보와 생각들을 이어 자기 생각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글로 나온다고 한다. 자신이 책을 쓰는 방식까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유영만 교수는 그만큼 자신이 넘치는 사람이다.

유영만 교수가 책을 읽으며 붙여 놓은 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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