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은 항상 사진으로 남겨두는 곳이다. 잘 지어진 역사 앞 넓은 광장에는 Busan is Good.(부산이 좋다)이라는 핑크색의 조형물이 서있다. 부산 여행은 항상 이 앞에서 셀피를 찍으며 시작한다.
부산역 광장
2. 차이나타운
부산역에서 나와 광장 앞 대로를 건너면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다. 그렇다 바로 그 문이다. 차이안 타운에는 만두를 잘한다는 중국집이 여럿 있는 데 그중에는 차이나타운 초입에 있는 신발원이란 가게가 가장 유명하다. 부산역의 한 정거장 전이 초량역이다. 아마 이 부근이 초량이란 곳으로 조선 시대부터 중국, 일본과의 무역이 이루어졌던 곳이었나 보다. 차이나타운을 걷다 보면 초량 역사관이란 작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둘러보며 부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차이나타운 게이트
차이나타운 거리
4. 중앙공원의 충무탑과 부산민주공원
차이나타운 끝에는 사거리가 나오는 데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언덕길을 따라 정상까지 오르면 널찍한 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양옆으로 길이 나뉘는 데 그중 동쪽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쭉 뻗은 길이 중앙공원을 가는 길이다. 중앙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정말 아무것도 없이 길이 하나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이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다시 높은 계단길이 나오는데 이 계단 끝에 전쟁 영웅들을 기리는 충혼탑이 서있다. 충혼탑에는 전진하는 국군의 조형물이 서 있다. 거대하고 생동감 있는 모양이 압도적이다. 중앙공원의 반대쪽으로 자리한 곳은 부산민주공원이다. 부산의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장소로 이곳에 오르면 부산의 남동부와 부산항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충혼과 민주화 운동. 대한민국의 근현대를 지켜낸 거대한 두 축이 마주 보고 자리하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충혼탑
민주항쟁기념관
4. 40 계단 거리와 중구 문화원
차이나타운을 끝에서 중앙공원 쪽으로 오르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길을 건너 직진하면 자갈치 시장 방향이다. 8차선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가파른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 앞에는 그 앞에 <물동이 진 아이>란 조각상이 있다. 한 소녀가 양손에 물동이를 들고 있고 그 보다 더 작은 여자 아이가 머리 위에 항아리를 이고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가파른 산 위에 조밀하게 서 있는 집들을 지나게 된다.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동네이다. 길을 걷다 보면 아주 오래된 건물을 아름답게 정비한 중구 문화원을 볼 수 있다. 이 건물 왼쪽에 문을 사각으로 세워진 낯선 양식의 건물이 보인다. 모양을 보건 데 이 건물은 중국식 사당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동이 진 아이
4. 보수동 책거리
오래된 동네를 가로지르면 언덕을 가르는 차도가 나타난다. 이 차도를 따라 왼편으로 걸어 내려오다 보면 평지에 이르러 큰 도로를 만나는 데 이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건너 조금 걷다 보면 보수동 책거리가 나온다. 헌책방이 모여 있는 거리이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중고 책방이 모여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안에 층층이 쌓인 책들의 양도 대단하다. 헌책방이란 그저 거래의 장소가 아닌, 책이 귀해 물려 읽고, 소중히 읽고 다른 책과 바꾸어 읽던 어느 시절의 애틋한 정서가 남아 있는 공간이다.
보수동 책 골목
내 친구 캔디
5. 부평시장, 깡통시장, 국제시장
이 책거리의 맞은편으로 몇 해 전 영화로 유명해진 국제시장과 부평시장, 깡통시장이 모여있다. 이곳에 들를 때마다 부산이 영화 속 대사처럼 '아직 살아있네'(범죄와의 전쟁)를 느낀다. 활기가 넘친다. 이곳에는 오래된 돼지국밥집, 비빔잡채, 어묵, 등등 별별 먹거리들이 넘쳐나는 데 그중에 가장 길게 줄을 서는 곳은 이가네 떡볶이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터운 떡에 꾸덕꾸덕한 떡볶이 소스를 버무린 부산식 떡볶이인데 소스에 무채를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린 떡볶이이다.
6. 비프광장 맛의 거리
국제시장에서 자갈치 시장 쪽으로 큰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파라솔 밑에 노점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를 만나게 된다. 부산 국제영화제의 거리, BIFF 거리(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Street)에서 비프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긴 길 양 옆으로 노점상이 이어져 있고 각종 새로운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게는 각종 견과를 넣은 호떡집이다. 두 집이 나란히 원조를 주장하며 장사를 하는 데 두 집 모두 길게 줄을 서야 한다. 왜 호떡이 부산에서?라고 묻는다면 나의 추론은 국내외의 견과류의 유통이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산패되는 견과류의 특성상 씨앗 호떡이라는 대박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지. (그럼 밀면은? 돼지국밥은?)
비프거리
7. 다대포 해수욕장
신선한 횟감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는 자갈치 시장을 스킵한다. 자갈치역에서 1호선 전철을 타고 종점인 다대포 해수욕장까지는 넉넉히 40분이 걸린다. 다대포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탁 트인 하늘에 수평선과 맞닿은 드넓은 백사장을 만날 수 있다. 수 킬로의 긴 해변에 넓은 백사장은 마치 영화 <듄>에 나오는 사막을 떠오르게 한다. 백사장 끝에는 언덕을 따라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는 데 이 끝에서 보는 일몰의 풍경은 정말 절경이다. 아직 해가 남아 있다면 데크 밑으로 내려가 바윗길을 따라 개발되지 않은 해안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대포 해수욕장의 드넓은 백사장
다대포 해수욕장 뒤편
8. 해운대
부산에서 숙소를 잡는다면 가장 자주 묵는 지역이 해운대이다. 해변이 넓고 시아가 막힘이 없어 일출과 일몰이 모두 아름답다. 다대포가 넓은 백사장의 정적인 바다라면 해운대는 파도가 살아있는 바다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의 가게도 활기가 넘치고 먹고 걸으며 즐기기 편리하다. 오늘은 시간을 내어 해운대에서 온천을 했다. 해운대에는 온천이 나오고 온천사우나가 여러 곳 있다. 해운대의 온천은 수온이 높고 짭짜름한 해수온천이다.
해운대 일출
9. 범어사
1호선 종점 한 정거장 전이 범어사역이다. 부산역에서 바로 갈 수 있고 약 40분이 걸린다. 범어사는 금정산에 위치한다. 역에서 내려 언덕을 오르면 범어사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이 절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절이어서 주말에 템플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그 후로 부산에 올 때마다 자주 범어사에 들른다. 터가 좋아 마음이 편안해지는 절이다. 독특한 양식의 일주문부터 아름다운 사찰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요일에 법문을 들을 수도 있고 절밥을 얻어먹을 수도 있다. 새벽에 인간문화재급의 사물놀이를 관람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추천한다.
특이한 양식의 일주문
불이문에서 바라본 하늘
10. 용궁사
입구의 짬뽕집으로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던 용궁사는 오늘 새롭게 발견한 코스이다. 문제는 전철역과 거리가 있고 버스로 이동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바다를 내려보는 용궁사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절로 유명하다고 한다.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주는 용궁사'라고 아얘 입구에 세겨져 있다. 대담하니 나도 믿고 가본다. 나처럼 소원을 이루고 싶어서인지 해동용궁사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줄을 서서 걸어야 할 정도이다. 해운대에서 오간다면 택시를 타자. 시간도 절약하고 버스를 내려 입구까지 긴 언덕을 오르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용궁사입구에서 해운대까지 택시비 약 만 원.(진작에!)
용궁사 전경
나의 부산 당일치기 여행의 코스들을 나열해 보았다. 정말 여러 번 갔지만 가던 곳을 가고 먹던 것만 먹는 습관이 있는 나에게는 좀처럼 새로운 곳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좋으니 자주 가지만. 여행이란 무엇보다 찾아서 가고 무작정 가서 나만의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이다. 그래도 부산에 가서 짧은 시간에 몇 곳을 돌아보려 한다면 이 글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