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매일 글쓰기가 15일 차에 접어들었다. 100일 동안 술을 안 마시는 덕분에 글쓰기의 시간도 벌고 저녁의 외롭고 심심함에 대안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글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 글을 쓰기 위해서 꽤나 긴 시간을 확보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하여야 한다. 딱히 글쓰기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때 마침 술을 끊었다. 거의 매일 저녁 시간을 점유하던 술자리를 글 쓰는 시간으로 전향하니 시간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한다는 변명은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저녁 시간에 크고 작은 업무가 이어지기도 하고 꼭 참가하고 싶은 모임이나 회식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날에는 자정을 한참 넘긴 새벽까지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게 된다.
2. 첫 줄을 쓰는 것은 언제나 힘들다.
- 글쓰기가 항상 즐겁고 설레는 일은 아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 더욱 그렇지만 매일 글을 쓸 때에도 첫 줄을 쓰는 순간이 가장 귀찮은 순간이다. 글쓰기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문 밖을 나서 뛰는 새벽 조깅과 같다. 뛰다 보면 속도도 붙고 재미도 있지만 집 밖을 나서는 일은 매일이 고역이다.
3. 매일 글감을 찾기 힘들다. 무엇을 왜 쓸 것인가?
- 글쓰기에는 그 대상인 글감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에 대하여 주저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한참을 써 내려가다가 내가 이 말을 왜 하고 있지? 하고 길을 잃을 때도 많다. 일단 쓰기로 하였으니 무엇이라도 써 보려 하지만 의미 있는 글감을 찾기란 항상 어렵다.
4. 솔직한 글을 쓰기 어렵다.
- 스스로에게 전적으로 솔직하며 동시에 모두에게 공감을 얻기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물론 나만의 일기라고 한다면 한 없이 솔직해져 누군가를 욕하기도 하고 마음껏 야한 상상을 적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글쓰기란 대체로 무작위적인 독자를 가진다. 공감을 일으키고 정서적인 흔적을 남기고 싶은 의욕과 나의 솔직한 생각들은 자주 충돌하며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든다.
5. 한 가지 주제를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다.
- 예리한 기획과 의도가 없으면 매일 통일된 주제로 글을 이어 갈 수 없다. 매일의 글감이 중구난방이니 하나의 주제로 깊이 있는 논점을 이어가기 어렵다. 통일된 논점과 연속성 있는 주제로 연재가 되지 않는다면 그 글들은 책으로 모여질 수 없고, 작가로서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 정체성이 없는 글은 독자들에게 상상되어지지 않고 상상되지 않는 글은 읽히지 않는다.
6. 글쓰기, 그게 돈이 됩니까?
- 전문적인 글쟁이조차도 글을 쓰는 일이 생산적이기는 쉽지 않다. 생산적인지 않은 일을 반복적으로 게다가 긴 시간을 투자하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인가? 자기 성창과 치유, 사고의 고도화로서 글쓰기는 여러모로 유용하지만 생산적인가?라는 질문 앞에는 머뭇거리게 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그게 돈이 됩니까? 우리는 글쓰기를 숙명적 행보로 받아들이고 인내와 가난의 시간 끝에 대작가로 이름을 날린 J.K. 롤링(<해리포터>)과 같은 작가들을 여럿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여럿이란 글을 쓰겠다고 나선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희유한 숫자에 불과하다. 자고로 작가는 배고프다는 말이 틀린 적이 있었던가.
7. 잘 쓰기 힘들다.
- 남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는 것도,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쓰는 것도 모두 쉽지 않다. 요즘은 쉬이 자신의 글을 공개할 수 있는 시대이다. 나 또한 내 글을 글 쓰는 사이트에 업로드하고, 욕을 먹어도 괜찮을 극소수의 지인에게는 카톡을 통해 글을 공유하기도 한다. 내가 마음에 들고 남들도 읽을 만한 글이라고 생각하여서 라기보다 '기왕에 시간을 들여 썼으니' 하며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글들이 더 많다. (죄송합니다!) 이런 글들은 쓰는 사람은 사서 고생이지만 선의를 가지고 읽는 사람도 귀한 시간의 낭비이자 괜한 고역이다. 글을 다 읽고는, 그래서 무어라는 거지?라고 작자에게 묻고 싶어 지는 것이다. 글은 쓰는 것도 힘들지만 잘 쓰는 것은 당연히 더욱더 힘들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 준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선의의 독자들도 지속적인 헛소리에는 방법이 없다. 매일 외식을 하고 들아 오는 남편에게는 요리를 못하는 아내가 있기 마련이다.(이런 시대적인 젠더 감성에 뒤떨어지는 비유야 말로 독자로서는 참!난감한 일이다.)
나는 누구를 향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고민이 필요한 시간이다. 나는 글쓰기가 매일의 즐거운 습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삶의 면면을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돈이 됩니까? 란 질문에 대답을 보류하고, 돈이 되지 않다도 누군가 즐겁게 읽고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