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안국동 창밖에 비가 오는 날
기본기만 연습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 이걸 다 하면 46분 쯤걸려요. 매일 해야 돼요. 내가 지금 나이가 일흔여덟 되어 가지고 기초 연습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안 믿겠지만 그래도 기초 연습 밖에는. 그게 진짜 제일 중요한 연습이니까.(이하 송창식)
음악이라는 걸 옆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도 얘기하고 또 틀린 걸 지적도 하고 이러는 게 제일 좋은데, 나는 평생 그렇게 못 했어요. 혼자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좀 더뎌요. 인생 자체가 좀 더뎌요. 음악도 그래요. 수십 년을 하다 보니까 더딘 게 나중엔 더 이익이 됐지요. 몸으로 착실하게 쌓여지니까.
(미군 방송 AFKN에서 미국의 아마추어 노래 경연 대회가 열린 것을 보았다) 흑인들이 나와서 그 블루스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저만큼 하나를 처음으로 생각해 본 거죠. 내가 저만큼 못하는 거야. 그래 가지고 너무너무 속기 상했어요. 내가 이거 바보인가, 밤새 생각하면서 분하면 울고... 뭐 이러다가 결국 깨달은 게 뭐냐 하면, 쟤들은 쟤들이 제일 잘하는 거 하는데,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거 한 것이 아니구나. 남의 음악 갖고 배워서 그렇게 한 거 가지고 무슨 여기에 무슨 진실이 있겠냐. 그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정말 나한테 있는 건 음악이라는 건 뭐냐? 그래서 한국 사람의 배짱에 맞는 음악이 뭔가를 심각하게 찾기 시작했어요.
(내가) 최고로 좋은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는 못해서도, 송창식은 전 세계에서 그냥 (유일한) 송창식이다 이런 마음은 있거든요. 딴 사람들하고 다르다는 거예요. 비슷하지 않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고 거기서 그런 어떤 법칙 같은 거를 알면 오히려 그 외의 것을 하려고 그랬지 그것을 답습해서 뭘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송창식이란 가수가 만들어졌을 거예요
(송창식이) '난 이제부터 새로운 걸 할 거야.' 하며 누가 했던 거를 카피하거나 자기의 옛날 작업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으려고 하시고 끊임없이 자기를 새로 새로 정의하고 자기의 욕망에 충실하고 시야를 더 넓혀 가려고 하고 그런 거는 거장이 가지는 그런 포스이지요. (말로, 가수)
예전에 어느 분께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감정이 무지 격해지고 아픔이 무지 아플 때, 아파하지 말고 격해하지 말고 그걸 알맹이로 자꾸 만들어서 가슴속에다 넣어두면 언젠가 써먹을 때는 그게 수백 배로 뻥튀기되어서 나오리라. 그런 요령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 가지고 담담하게 차곡차곡 쌓아 놨다가 나중에 이제 그 작사를 할 때 꼭 나온다고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다 배어 나오니까.
가수란 노래를 열심히 불러야 되는 존재예요. 노래 정말 열심히 해야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노래가 생각처럼 그렇게 그냥 즐거움만 가지고 가는 거는 아니에요. 우리가 밥을 먹는다고 해서, 밥이 즐거움만 가지고 가는 건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노래도 마찬가지라고. 가수는 자기가 갈 수 있는 끝장을 한번 보고 간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이가 70이 넘어서 성대 수술을 했는데, 이제 노래를 못 하게 될 수도 있겠다, 그런 겁을 먹었었죠. 아주 죽는 줄 알았어요. 이걸로 그냥 인생 끝나는 줄 알았지요. 회복이 다 안 됐으니까. 사실 노래하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구사력만 제대로 나와주면 되는데... 구사력은 컨트롤력이니까, 컨트롤하는 게 안 돌아와 가지고.. 노래를 마음대로 구사를 못 하죠. 그러니까 아 그게 회복이 되면 좋은데... 회복이 되면 또 나이 먹은 노래를 할 수 있는 거죠.
내가 지금 일흔여덟인데도 '그냥 이걸로 끝은 아닐걸?' 뭐 이런 생각이 있고,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곡을 써서 또 발표로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실제로 내가 70, 80살이 된 가사가 속에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막 막 하고 싶다니까. 그게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은.
공연할 때 긴장돼요 난 평생 긴장이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어 이제 나이 먹으니까 내 마음대로 안 나오니까 노래가. 그러니까 긴장되죠. 이게 프로가 늙었다고 삑사리 내면 되겠어요?
열심히는 했어요 그러나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던 거 말할 수 있느냐? 그러면 그렇게는 말 못 해요.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었어요. 내가 지금 몸이 78년 동안 익었는데, 78년 동안 노래가 그만큼 읽었냐 하면? 아 못 익었다 이거지. 좀 더 그 완전한 상태를 갔었으면 더 좋았겠다 이거죠 후회되는 건 없어요. 그렇다고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하나 들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