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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송창식 (다큐)

20240920 안국동 창밖에 비가 오는 날

by 박종호

송창식은 가수이다.

송창식은 78세이다.

송창식은 가난했다.

송창식은 배움이 짧았다.

송창식은 윤형주를 만났다.

송창식은 기타를 만들었다.

송창식은 하루 13시간 기타를 쳤다.

송창식은 세시봉 멤버가 되었다.

송창식은 자기만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송창식은 세월만큼 노래에 대한 소양이 더욱 깊어졌다

송창식은 노래도 기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항상 기분이 나쁘다.

송창식은 아직도 매일 발성과 기타의 기초를 연습한다.

송창식은 가수이다.

가수 송창식

KBS에서 방영하였던 다큐 <마스터 송창식>를 보았다.

거장의 삶과 말속에서 느낀 감동과 존경을, 반성과 각성을 적어본다.


1. 꾸준히 기초를 다져라.


78세의 한국 최고의 천재 가수라고 불리는 송창식은 여전히 열심히 연습한다. 그는 노래를 부른 세월만큼 깊어진 자신의 노래에 대한 소양을 따라가지 못하는 목청과 손가락이 원망스럽다. 아직도 매일 발성을 연습하고 기타의 기초적인 스트로크를 연습한다. 기초, 그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본기만 연습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 이걸 다 하면 46분 쯤걸려요. 매일 해야 돼요. 내가 지금 나이가 일흔여덟 되어 가지고 기초 연습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안 믿겠지만 그래도 기초 연습 밖에는. 그게 진짜 제일 중요한 연습이니까.(이하 송창식)


2. 몸으로 익혀라.


그는 가난했고 남들처럼 학교에서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 그는 혼자 배워야 했고 그래서 그의 실력은 더디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꾸준했다. 남들보다 더디지만 자기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모든 성장의 과정이 결국 그에게는 큰 자산이 되었다.


음악이라는 걸 옆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도 얘기하고 또 틀린 걸 지적도 하고 이러는 게 제일 좋은데, 나는 평생 그렇게 못 했어요. 혼자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좀 더뎌요. 인생 자체가 좀 더뎌요. 음악도 그래요. 수십 년을 하다 보니까 더딘 게 나중엔 더 이익이 됐지요. 몸으로 착실하게 쌓여지니까.


몸으로 쌓인다는 말. 긴 시간을 온몸으로 뚫고 지나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더디지만 꾸준한 자가 산을 옮긴다. 우공이산(愚公移山)!


3. 나의 길을 찾아, 그 길을 가라


남이 잘하는 것을 따라 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하라. 송창식은 흑인이 부르는 블루스를 듣고 자신이 그동안 남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을 계기로 송창식은 한국적인 해석을 곁들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노래들을 만들고 부르기 시작한다.


(미군 방송 AFKN에서 미국의 아마추어 노래 경연 대회가 열린 것을 보았다) 흑인들이 나와서 그 블루스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저만큼 하나를 처음으로 생각해 본 거죠. 내가 저만큼 못하는 거야. 그래 가지고 너무너무 속기 상했어요. 내가 이거 바보인가, 밤새 생각하면서 분하면 울고... 뭐 이러다가 결국 깨달은 게 뭐냐 하면, 쟤들은 쟤들이 제일 잘하는 거 하는데,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거 한 것이 아니구나. 남의 음악 갖고 배워서 그렇게 한 거 가지고 무슨 여기에 무슨 진실이 있겠냐. 그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정말 나한테 있는 건 음악이라는 건 뭐냐? 그래서 한국 사람의 배짱에 맞는 음악이 뭔가를 심각하게 찾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기회에 스스로를 자각을 한다. 내가 가고 있던 길이 나의 길이 아니었구나. 나는 남들이 가는 길을 그저 따라 걷고 있었구나, 하며. 자각이 있었다면 이제 발견이 필요한 때이다. 남들과 다른 나,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최고로 좋은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는 못해서도, 송창식은 전 세계에서 그냥 (유일한) 송창식이다 이런 마음은 있거든요. 딴 사람들하고 다르다는 거예요. 비슷하지 않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고 거기서 그런 어떤 법칙 같은 거를 알면 오히려 그 외의 것을 하려고 그랬지 그것을 답습해서 뭘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송창식이란 가수가 만들어졌을 거예요


이런 송창식의 음악을 재즈 가수 말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송창식이) '난 이제부터 새로운 걸 할 거야.' 하며 누가 했던 거를 카피하거나 자기의 옛날 작업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으려고 하시고 끊임없이 자기를 새로 새로 정의하고 자기의 욕망에 충실하고 시야를 더 넓혀 가려고 하고 그런 거는 거장이 가지는 그런 포스이지요. (말로, 가수)


4. 경험을 승화시켜라.


송창식은 가난했다. 가난해 학교도 못 마쳤다. 자기는 세상에서 좁은 면적에서 잘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시봉에서 공연을 하던 시절은 피아노 덮게를 덥고 계절을 지냈다고 한다. 송창식의 노래에는 그의 험란한 인생 경험들이 녹아있다. '시와 노래는 아름다워도 그 산실(창작)은 무척 괴롭지요' 말하는 김난조 시인의 말을 받아 송창식은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 어느 분께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감정이 무지 격해지고 아픔이 무지 아플 때, 아파하지 말고 격해하지 말고 그걸 알맹이로 자꾸 만들어서 가슴속에다 넣어두면 언젠가 써먹을 때는 그게 수백 배로 뻥튀기되어서 나오리라. 그런 요령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 가지고 담담하게 차곡차곡 쌓아 놨다가 나중에 이제 그 작사를 할 때 꼭 나온다고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게 다 배어 나오니까.


삶은 버릴 것이 없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없다. 아픔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소중히 다듬으면 그것이 가슴속에 알맹이가 되어 성장의 씨앗이 된다는 말이다.


5. 본질에 잊지 말라. 끝장을 보아라.


송창식은 가수이다. 가수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 송창식은 본질에 충실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기 이전에 먼저 가수라 스스로를 정의하고 그가 바라는 가수이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정말 열심히 한다. 본질에 충실하고 본질로서 끝장을 보려 한다. 일흔여덟 살 가수 송창식의 기세는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가수란 노래를 열심히 불러야 되는 존재예요. 노래 정말 열심히 해야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노래가 생각처럼 그렇게 그냥 즐거움만 가지고 가는 거는 아니에요. 우리가 밥을 먹는다고 해서, 밥이 즐거움만 가지고 가는 건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노래도 마찬가지라고. 가수는 자기가 갈 수 있는 끝장을 한번 보고 간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살고 있는가?

6. 포기하지 말아라


송창식은 칠십이 넘은 나이에 성대 결절이 왔다. 노래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식기는커녕 점점 더 불타오르는 가수 송창식에게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은 크나 큰 절망이었으리라. 하지만 송창식은 지금도 끊임없이 연습하며 목소리의 구사력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이전의 목소리로는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이전처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다시 찾기 위해 필사적이다.


내가 나이가 70이 넘어서 성대 수술을 했는데, 이제 노래를 못 하게 될 수도 있겠다, 그런 겁을 먹었었죠. 아주 죽는 줄 알았어요. 이걸로 그냥 인생 끝나는 줄 알았지요. 회복이 다 안 됐으니까. 사실 노래하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구사력만 제대로 나와주면 되는데... 구사력은 컨트롤력이니까, 컨트롤하는 게 안 돌아와 가지고.. 노래를 마음대로 구사를 못 하죠. 그러니까 아 그게 회복이 되면 좋은데... 회복이 되면 또 나이 먹은 노래를 할 수 있는 거죠.


현역 가수로 은퇴를 하였어도 한참 전에 하였을 나이의 송창식은 지금도 노래를 부르고 싶다. 젊을 적 목소리가 아니어도 자기 마음에 드는 목소리가 아니어도 내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는, 자신의 노래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인정을 바라서가 아닌, 스스로 가수로서 살아가고 싶은 열정 때문이다.


내가 지금 일흔여덟인데도 '그냥 이걸로 끝은 아닐걸?' 뭐 이런 생각이 있고,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곡을 써서 또 발표로 할 것 같은 기분이에요. 실제로 내가 70, 80살이 된 가사가 속에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막 막 하고 싶다니까. 그게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은.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란 말을 한다. 빤한 거짓말이다. 그저 흐르는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달콤한 위로일 뿐이다. 열정을 가진 자, 시간을 뚫고 뜻을 이루고 싶은 사람에게만이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리라.

7. 프로로 살라


60년 이상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 노련한 가수 송창식이다. 하지만 그는 요사이 무대에 오르면 긴장을 한다. 평생 해 본 적이 없던 긴장을 하는 이유는 전처럼 목소리가 마음대로 나오지 않고 생각만큼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열심히 부르지 않아도 혹은 조금 박자를 틀려도 객석에 앉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한다. 그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대가수가 대기실에 앉아 기타를 튕기며 연습을 한다.


공연할 때 긴장돼요 난 평생 긴장이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어 이제 나이 먹으니까 내 마음대로 안 나오니까 노래가. 그러니까 긴장되죠. 이게 프로가 늙었다고 삑사리 내면 되겠어요?


나는 오늘 하루 프로로 살았는가? 혹시 은근슬쩍 삑사리를 내고고 이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는 않았는가? 남들이 안 본다고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는가?


프로가 삑사리를 내면 되겠는가? 촌철의 말이다.


8. 열심히 하였다면 후회하지 말아라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자주 이런 말을 듣는다.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느냐. 사람들은 각각의 열심히 살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느냐라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가수 송창식은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열심히 산다. 최선에는 조금 못 미칠지 모르지만 열심히 산 삶은 후회가 없다.


열심히는 했어요 그러나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던 거 말할 수 있느냐? 그러면 그렇게는 말 못 해요. 더 최선을 다할 수 있었어요. 내가 지금 몸이 78년 동안 익었는데, 78년 동안 노래가 그만큼 읽었냐 하면? 아 못 익었다 이거지. 좀 더 그 완전한 상태를 갔었으면 더 좋았겠다 이거죠 후회되는 건 없어요. 그렇다고


나는 후회 없이 살 자신이 있는가 하루하루를 나름의 열심히 채우며 살고 있는가?



나는 어려서부터 송창식의 노래를 많이 듣고 자랐다.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부르는 노래는 송창식의 노래이다. <가나다라마바사>와 <선운사>, <왜 불러>, <한 번쯤>, <담배 가게 아가씨>를 연달아 부를 수 있다. 다음에 노래방에 가면 <피리 부는 사나이>를 불러 보고 싶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하나 들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


박찬욱 감독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왔을 때 송창식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예술가였구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에게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자란 것이 큰 축복이라고 말한다.


성공회대학교 김창남 교수는 가왕 조용필과 더불어 대중성과 동시에 음악성을 달성했던 보기 드문 가수 중 한 명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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