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중국의 변화(2002vs2024)
20240925 광저우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각자의 계기를 들을 수 있다. 유학을 왔다가 사업을 시작한 사람, 지사로 파견을 나왔다가 눌러앉은 사람, 중국인 와이프를 만나 중국에 살게 되어 사업을 시작한 사람 등등.
한 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혹은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모든 사업체들의 희망이었을 때가 있었다. 대륙의 시장으로 나가자 14억 인구에게 두루마리 휴지 하나, 칫솔 하나만 팔아도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막 발전하기 시작하는 중국이란 시장에서 넘치는 기회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물가는 무척 쌌다. 적은 돈으로 흥청망청 놀 수도 있었고, 짝퉁 명품을 마음껏 사 모을 수도 있었다. 중국과 중국어를 배우기 위한 유학생들도 줄지어 들어왔다. 모든 기업이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찾았고 대기업들은 중국의 유학생을 뽑으려 현지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와 함께 중국의 발전과 자본의 유입은 멈출 줄 몰랐다. 점점 더 돈 많은 중국인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발전하는 중국 경제에 편승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해외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요우커라 불렀다. 이들은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 국을 여행하며 엄청난 양의 쇼핑을 했다. 많은 기업이 이들의 과소비 덕에 돈을 벌었고 요우커들이 중국에 알려진 제품들은 중국에 수출되며 더 큰 매출을 불러왔다.
중국은 어느덧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이 되었다. 중국의 내수 시장은 많은 수출 기업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면세점에서 따이공이 사서 나르던 고가의 제품뿐 아니라 화장품과 식품 등의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에서 한번 뜨면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한국의 많은 회사들을 부자로 만들었다. 중국은 부자 나라가 되었다.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힘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그에 어울리는 국제적인 위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일본을 누르고 경제 대국 미국을 뒤를 잇는 G2가 되었다. 고구려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포함하여 자국의 역사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왜곡이 시도되었다. 일본과 동남아 사이에서 국경 분쟁을 일으켰다. 모두 넘치는 국력을 바탕으로 가능한 일이고, 국민의 여론을 집결시켜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일들이었다. 중국은 미국이 견제할 정도로 빠르게 커갔고 미국에 은근슬쩍 반기를 들기도 했다. 중국은 또 하나의 빅브라더가 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세계 최고의 강자인 미국에 견제할 만한 2등이란 용납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의 말을 안 듣기 시작하자 미국은 중국의 굴기를 일찌감치 누르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자신의 권위가 상실될까 긴장했다. 중국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지만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수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다. 미중 분쟁이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가 벌어졌다.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란 추정이 공식화되었고, 중국 자신도 코비드의 확산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챗으로 모든 경제 활동이 멈추어 섰다. 많은 외국인들이 무차별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역 정책에 중국을 떠났다. 중국의 경기는 얼어붙었다. 굳어버린 경기를 살리려 중국 정부는 여러 가지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사실 효과를 본 정책은 아직 없다.
어제 중국은 대대적인 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상승 제한 폭이 좁은 중국 증시보다는 미국 증시가 쏟아 올랐다. 파격적인 대책이지만 이 대책이 실물 경기를 살릴 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오늘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 식사를 하였다. 오랜 불경기 속에 많은 사람들이 자의로 혹은 타의로 중국을 떠났지만 이들은 오랜 시간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은 이들이다. 이들은 기회의 땅이자 각자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주었던 과거의 중국을 경험하였고, 그때에 비하면 너무나 힘들어진 지금의 중국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에 남아 생존을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기도 하지만 떠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기도 하다.
나의 중국을 생각해 보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중국 유학을 가게 되었다. 장학금을 받게 되어 대학원도 갈 수 있었다. 모든 기업들이 중국향 인재를 찾던 시절이라 편하게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고, 유학 중에 와이프도 만났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그다지 중국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나에게 유학 생활이란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었고 원만하게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나라이다.
숙명인지 계시인지 나는 중국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오랜 동지와 사업을 한다. 내가 다시 중국으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중국은 처음 발을 딛었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이곳은 여전히 상인들의 기백이 넘처나고 땅 덩이만큼이나 커다란 기회가 넘치는 땅이다. 20여 년 전 중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 다시 대륙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