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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호 Oct 09. 2024

카운트다운 #23시#글쓰기

20241008 안국

밤 11시, 가을밤 글을 쓰기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12시까지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허옇고 손가락은 자판 위에서 꼼짝을 않는다.


카운트다운이란 항상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늘어나는 숫자는 끝이 없지만 줄어드는 숫자는 항상 0을 향해 그 끝을 정하여 다가간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서도, 여자 아이돌을 뽑는 토너먼트 프로그램에서도 정해진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


한정된 시간은 항상 완성도와 수준 사이의 갈등을 만들어 낸다. 조리법이 간단한 요리를 하면 짧은 시간이어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반면, 조리법이 복잡한 고급 요리일수록 정해진 시간에 완성도를 높이기가 어렵다. 두 팀으로 나뉘어 댄스 퍼포먼스를 대결하는 아이돌 연습생들은 애초에 정해진 시간에 완성도를 높일 것인지 아니면 화려한 안무를 시도하는 대신 완성도가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를 선택하여야 한다.


글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어서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자기 마음대로 주제를 끊임없이 늘이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전개로 이끌기도 한다. 나는 이런 점입가경의 전개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글의 주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극히 조심하기로 했다.


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상황으로 소재를 제한하니 글은 더없이 재미가 없어졌다. 요리 대결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어진 시간 내내 잘 지어진 쌀 밥을 짓는 것과 같다. 과정은 지극히 간단하다. 쌀을 씻어 솥에 담는 퍼포먼스를 마치면 지루한 불조절과 뜸 들이기만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흥행하기 어렵다.


나는 이렇게 쌀을 씻고 불 조절을 하고 뜸을 들인다. 수준은 낮지만 시간 내에 하나의 글을 마무리 했다.


(이 짧은 글을 쓰기까지 쓰고 지웠던 많은 이야기는 나만의 비밀로 묻어 둔다.)



오늘은 동네 큰 잔치에 참가하였다 늦게 귀가하였습니다. 정해 놓은 규칙 상 12시까지만 글을 쓰려다 보니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글을 써야 했습니다. 오늘은 매일 글을 쓰기로 한지 38일째 되는 날입니다. 뭐 이런 날도 있습니다. 내일은 조금 더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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