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음 해의 10대 트렌드를 발표하는 김난도 교수의 강의에 왔다. 내년의 트렌드를 예측하기보다는 올해의 트렌드를 정리하고 확대되는 트렌드의 추세를 예견하는 내용이다. 매년 새해에 올해의 운세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새해의 트렌드가 궁금한 이유는 무엇일까, 흐름을 포착하여 세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이들에게는 트렌드의 흐름의 방향과 변화를 속에서 남들보다 먼저 사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로 귀를 쫑긋 세운다.
17년 차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 김난도 교수가 본 내년의 트렌드는 SNAKE SENSE이다. 각 키워드의 앞자를 딴 이 단어는 내년 뱀띄의 해에 뱀처럼 예민하고 민첩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시의 적절하고 재미있는 예들을 들어가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강의였다.
10가지의 키워드 중 마지막 키워드는 원포인트업이다. 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는 방법이며 우리 시대에 필요한 성장의 방법이다.
이전의 세대가 조직 안에서의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조직 안에서의 성장은 관심 밖이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커리어와 능력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이 바라는 삶의 발전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다가서는 방법도 이전과는 바뀌어야 한다. 배우고 응용할 거리가 있다.
1) 자기 지향성
예전에는 모두가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롤모델이 있고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 공통의 스펙을 쌓으며 살아왔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가면 그것으로 좋았던 때이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자기 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기 다운 삶을 살기 위해 자기다움이 무엇인지에 관한 고민이 많다. MBTI가 한국 사회의 표준 인성 분류법이 된 것도 모두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다운 삶과 자기 다운 성장을 원한다.
2) 도달 가능성
교수는 자신이 어릴 적에는 모두가 위인전을 읽고 모두가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고 한다. 사회 안에서의는 위인이 되는 것이 출세로 바뀌었고 승진과 합격, 모두가 출세를 위하여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사회가 강요하는 크고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당장 실천하여 성취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도달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일이다.
3) 기록과 공유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운 젊은 세대는 꾸준한 반복을 통해 시도하고 달성하며 그 능력을 키워간다. 그들은 이런 자신의 노력을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SNS 등을 통한 이러한 공유는 서로에게 동기 부여가 되어주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게 하여 준다. 이들은 온라인 속의 동지들과 함께 노력의 과정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여 간다.
교수는 원포인트업, 작은 실천을 통한 꾸준한 변화를 추구하는 세대의 노력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강의를 마무리하였다.
여러분 1.00을 365승 하면? 여전히 1입니다. 하지만 매일 작은 진보를 다하여 1.01이 될 수 있다면 이를 365 승을 하였을 때 37.8이라는 큰 숫자가 됩니다. 여러분도 매일 원포인트 업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 김난도 교수 강의 중에서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김난도 교수의 답변은 통찰과 함께 귀감이 되는 내용이어서 이곳에 적어본다. 질문과 대답을 임의로 정리하였다.
질문 1 : 한국은 세대적 갈등이 더욱 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해법은 무엇일까요?
교수 : 한국은 유난히 변화가 빠르고 격렬하고 작은 동조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사회이다. 곧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사회이고 한 사람이 다양한 소비 성향과 취향을 가지는 옴니버의 특성이 강한 나라이다. 이런 특성 속에서도 세대 간의 강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데 이는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경제 발전이 느려져 세대 간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고 이로 인한 갈등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세대 갈등의 문제는 비단 한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는 쉽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는 선배로서 기성세대가 먼저 양보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안타깝지만 세대 간의 강등은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질문 2 : 김난도 교수님이 지금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미래를 꿈꾸며 또 준비하며 살아갈까요?
교수 : 나는 1980년대의 20대를 지냈다. 그 당시는 모두가 큰 꿈을 가지고 먼 미래를 보며 살아라고 배웠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경쟁을 이기기 위한 동일한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20대로 돌아간다면 큰 꿈은 대충대충, 작은 꿈은 치밀하게 꾸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오랜 시간 트렌드를 연구하지만 지금 시대는 먼 미래를 예상하기는 너무 힘든 시대가 되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하여도 기술의 발달로 그 능력이 하루아침에 쓸모없어 버려질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기를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큰 꿈 때문에 지금 나의 행복을 희생하고 오늘의 의미를 희생하는 삶보다는, 큰 꿈이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눈앞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말하였듯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라, 이런 자세가 필요한 시대이다.
3. 지금은 사람들 사이의 공통분모가 사라지고 개인 간의 간극과 집단 간의 간극이 멀어져 사회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진 사회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커뮤니케이션(소통방식)의 방법이 필요할까요?
교수 : 3년 전 트렌드코리아에서는 나노사회라는 키워드를 뽑았었다. 인간관계가 나노사회로 분화한다고 예측한 것이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때, 심지어 연인들끼리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각자 자기 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 이는 핸드폰이라는 개인 미디어의 발달이 가지고 온 변화이다. 예전에 아날로스 시대에서 디지털화가 되는 시점에는 디지털 사용 능력, 디지털 피터러시가 중요하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모든 사회가 디지털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소통이 더 중요하다. 온라인상에서 생일 축하 풍선을 백개를 받았어도 밤에 함께 초를 켜고 케이크를 자를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꼰대처럼 조언을 하자면 아날로그적인 소통에 조금 더 투자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강제로 디지털을 포기하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리터러시를 길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