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호 Oct 22. 2024

보보시도장 (步步是道場)

20241022 졸업 30주년 기념식 소식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행사를 하니 오랜만에 한 번 모이자고는 연락이 왔다. 3학년 때 반장을 하였던 친구였다. 학교를 다닐 때는 제법 친하게 지냈는 데 졸업을 하고는 거의 못 보고 지냈었다. 30년이라니. 지루한 날도, 바쁜 날도, 기쁜 날도, 슬픈 날도, 무어라 말하지 못하는 어떤 날도, 모두 같은 시간의 길이의 하루가 모여 1만 일이 넘는 시간을 지나야 30년이라는 시간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30주년 행사의 참여를 독려한다고 3학년 2반의 친구들의 단톡방이 열렸다. 이들의 사진을 보면 우선 학생적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에 놀라고, 또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던 앳된 모습들이 덜컥 중년이 되어 나타난 것에 한번 더 놀란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자기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는 것은 매일 거울을 보는 자기 자신뿐이다. 


지난해에는 대학 졸업 25주년 재상봉 행사에 참석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우리가 졸업한 지 벌써 25년이 흘렀다니 참 우리도 이제 늙었다며 낄낄 데는 데, 함께 행사를 연 졸업 50주년을 맞은 선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어느 해에 이 학교에 입학하신 분들이다. 지금은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지만 이 분들 역시 당시에는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은 앳된 청년들이었을 테고, 지금 눈앞에서 서로 늙었다며 깔깔 대는 마흔 후반의 후배들을 보며 '참 좋은 때다'라고 생각하셨으리라. 


누구에게나 시간은 간다. 돌아보면 긴 시간을 지나왔지만 과거는 이미 우리 것이 아니고, 앞을 보면 우리가 가진 것은 오로지 오늘이란 하루의 시간뿐이다. 이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다시 30년 후의 우리를 만들 것이다. 그날이 와도 우리가 가진 것은 '오늘'이 전부이겠지만 열심히 살았다면 덜 후회하리라.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더 의미 있게, 되도록이면 더 즐겁게, 기왕이면 쪽 팔리지 않게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보보시도장 (步步是道場) - 이병철 회장 

매일매일이 인생을 가꾸는 일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무심한 시간에 인간이 만든 구분이지만 요란하게 설날을 맞으며 1년 단위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10년 단위로 무엇을 기념을 하는 것은 나름 각성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아니 벌써? 하며 자책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한번 더 자세를 다잡고 다음 10년을 준비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