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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호 Nov 24. 2024

차인표 작가님께

멋진 강의에 감사드립니다.

차인표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작가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사인회가 열리기 전까지 간 대기실에 계시는 동안 제 가방에 우연히 들어있던 음료를 매니저분을 통해 전달드렸는 데, 음료를 전해받고 대기실 밖으로  직접 나와 감사 인사를 전하시는 작가님의 인품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던 인표형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작가의 강의에 대한 소감을 말씀드리기 전에 우선 제가 가지고 있던 작가님에 대한 몇몇 오해들을 고백하려 합니다. 첫 번째는 강의를 시작하며 작가님께서도 스스로 밝혔듯이 차인표란 배우가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금수저 출신이란 오해입니다. 혼자 삼 형제를 키우시던 어머니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힘든 직업들을 겸하며 대학 공부를 마쳤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루머는 수십 년을 해명해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하신 것처럼 저 또한 30여 년을 그렇게 알고 지냈습니다. 작가님의 고급스러운 생김새 탓에 이 루머는 앞으로도 지워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오해는 배우가 책을 쓴다고 하니 '연예인이 허세를 부리는구나'라고 생각한 점입니다. 이 오해에는 두 가지 편견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데, 하나는 인기를 중요시하는 화려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책과 담을 쌓고 살 것이라는 생각과 잘생긴 몸짱은 여자 만나고 운동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오늘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이러한 편견과 오해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사업하는 사람입니다만 돈만 셀 줄 아는 것이 아니고 저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저도 수준급 외모이니 사람들이 외모로 지적인 수준과 교양을 예단한다면 저 또한 많이 억울한 일입니다.


세 번째 오해는 연예인들은 늙지 않는다란 생각입니다. 작가님의 얼굴 나이를 보면 열댓 살을 뺀 나이라 하여도 믿을 만한 얼굴이고, 몸매는 어느 방송에서 말씀하셨 듯이 우리나라 50대 남성 중 가장 좋은 몸매를 가졌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릴 적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20대의 차인표의 모습만 남아있는 저는 오늘 작가님을 만나 지나온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거울을 보며 갑자기 나이 들어 보이는 자기 얼굴에 깜짝 놀라는 것과 같은 경우지요. 하지만 저는 누구나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나이를 들어가는 모습이 더욱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알파티노, 로버트 드니로, 잭 니콜슨 같은 배우들의 세월과 함께 주름이 깊게 파인 얼굴이 더욱 멋있습니다.  


오늘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난 개인적인 소감을 간단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강의의 가장 큰 키워드는 '도전'이라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설득력 없는 도전이란 단어는 허무한 구호일 뿐이겠지요. 오늘 작가님의 강의가 저에게 큰 울림이 있었던 것은 작가님의 도전에는 자기 자신의 인생 이야기, 서사가 있고 또 그 속에서 스스로 검증한 삶의 증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4년의 시간을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막막했던 시기를 지냈습니다. 이 시기는 동시에 작가님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하였는 데, 시기에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습관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불편하고 힘들 때 성장한다는 말씀, 크게 공감합니다. 이 시기 작가님이 얻은 세 가지 습관은 읽기, 쓰기 그리고 운동하기 라지요. 가진 것 없는 청춘이 외지의 땅에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저 나은 내일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요. 이 세 가지 습관이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는 일이라 가능했다는 말은 어려운 유학 시절을 겪어 본 사람들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말입니다.


작가님은 고향의 아버지와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글쓰기를 시작했다지요. 귀국하여 배우로 유명해지고 나서 어느 날 친구분이 그간 받은 100여 통의 편지를 비닐 파일에 넣어 <차인표의 청춘>이란 제목으로 선물하였을 때 자기가 쓴 편지 속에서 어려웠던 시절의 자신이 보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그리워하고 걱정하며 편지를 쓰지만 실은 편지를 쓸 상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는 것이지요. 작가님의 쓰기는 편지의 쓰기에서 일기와 기록의 쓰기로, 그리고 소설을 쓸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지요. 사람은 꾸준히 하면 점차 실력도 자신감도 늘고 더불어 연관된 분야까지 익숙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복의 힘이 아닐까요.


그 시절 작가님은 일과 학교를 오가며 따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을 수 없었다고, 캠퍼스의 푸른 잔디에 누워 여유로이 책을 읽는 모습은 유학원 팸플릿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말에 모두 웃었습니다. 하루 중 유일하게 허락된 자기의 시간은 잠자기 전 몇 분이었고, 그 시간에 몇 분 몇십 분이라도 꼭 책을 읽고 잤고 그렇게 처음 완독을 한 영어 장편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었다고. 저는 한 출판사에서 나온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상중하 세권 중 상권의 중간에서 멈추어 몇 해를 묵히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완독하고 나서 오는 자신감이었고, 그 자신감 때문에 이후에 여러 책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큰 산을 한번 넘어보면 낮은 산과 언덕은 쉬이 넘을 수 있게 되지요.      


작가님의 세 가지 습관 중 제가 가장 깊이 반성하였던 것은 운동하는 습관입니다. 저도 실은 아침마다 뛰고 산에도 다니지만 일상 중에 틈틈이 팔 굽혀 펴기를 하는 등, 작가님처럼 생활 송에서 함께하는 친구로서 운동은 아직 못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지낼 때 덩치 큰 백인 흑인 친구들에게 꿀리지 않으려 운동을 시작했다지요. 좋은 습관은 절박함에서 시작되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저도 외로울 때 친구가 되고, 피곤할 때 비타민이 되는 그런 운동을 하나 만들어 보려 합니다. 그리고 운동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절제이고 절제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준다는 말씀도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배우이며 소설을 쓰고 동시에 다양한 봉사를 하고 지내는 작가님의 자신감에는 원조 몸짱 배우 차인표의 든든한 친구인 운동이 있기 때문이 아닐지요.


마지막으로 청중의 질문에 대답 중에 나왔던 박찬호 선수와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크리스마스이브 박찬호 선수가 느닷없이 작가님을 찾아왔는 데, 그 당시 누구보다 잘 나가던 박찬호 선수가 여자친구도 안 만나고 자기 집을 찾아온 이유를 물으니 박찬호 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지요. 밖에는 너무 유혹이 많아서 형이랑 함께 있으면 유혹에 안 빠지고 안전할 것 같아 찾아왔다고. 누군가에게 그런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날 박찬호 선수는 작가님께 명상을 가르쳐 주고 함께 하자고 했다지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두 남자가 거실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박찬호 선수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던 박찬호 선수의 말을 기억나는 대로 여기에 옮깁니다.

성공하는 것은 운도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이 높은 곳에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남들이 편하게 누리는 무엇을 하지 않는, 절제라고 생각한다.
- 박찬호 선수(차인표 전언, 정리)


작가님의 강의 중에 많은 감동스러운 이야기를 모두 다 이곳에 적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다만 강의 중에 주옥같은 말씀을 이곳에 적어 기억합니다.


좋은 습관을 저축하듯 쌓아가면
시간이 지나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자산이 되어준다.
 
우리의 의지가 약해졌을 때 좋은 습관은 우리를 대신하여 싸워준다.

 큰 변화는 어렵지만 매일 좋은 습관을 통해 작은 꿈틀거림을 만들면
그 꿈틀거림으로 변화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거창한 기적은 사기인 경우가 많다.
진짜 기적은 일상에서 아주 작은 부분들로 이루어진다.
너무 작아 어쩌면 자기도 못 느낄 변화들이 모여 진짜 기적을 만든다.


 오늘 만나 뵙고 좋은 말씀과 함께 겸허하고 솔직한 태도의 모범을 보여 주시어 감사합니다. 강의의 감상을 편지로 전하는 것은 작가님이 아버님과 친구에게 손 편지를 썼던 일화를 듣고 저 또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우연한 기회로 작가님께도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좋은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차인표라는 멋진 남자를 만나 너무나 기분이 좋은 하루입니다.

멋진 남자를 만나면 언제나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작가님의 끊임없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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