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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호 Dec 08. 2024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근다.

정치인이 되려는 아빠와 말리는 딸의 대화 

나라가 너무 어지러워.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무엇이 옳은 일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정치 집단의 구호보다는 말이야. 그리고 자기의 생각에 따라 이 상황에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거리에 모여 촛불을 든 사람들처럼 말이지요?


그렇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상황을 글로 쓰고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아빠는 정치적인 글이라면 별로라 하지 않았어요? 괜히 말싸움에 휘말리고 적도 생기고. 


응, 그렇지 내가 별로 관심이 없는 일로 논쟁하는 것만큼 시간 낭비가 없지. 하지만 지금은 좀 상황이 다른 것 같아. 지금은 이 상황이 나의 안전에도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심각하고 중대하다고 생각하거든. 중요도가 달라졌으니 태도도 달라지는 거지. 


아빠는 어디까지가 적당한 참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글쎄. 요즘 같아서는 말이야. 어떤 식으로든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 단순히 시위에 참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정당에 들어가거나 정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내 마음에 드는 정당이 보이지 않으니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정치인이 되겠다고요? 국회의원도 되고? 아빠는 평소에 정치인 중에 제대로 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보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어요?


꼭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요하다면 못할 것도 없지.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란 말은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공인이 되고 나면 자기 생각이 왜곡되어 전달되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니까. 정치인들의 말이 작가의 글처럼 투명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그것보다 정치인에게 더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이지. 더 바른 방향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사고 게임 같은 것이 아닐까. 역량과 능력, 실행과 의지가 없다면 그건 그저 듣기 좋은 구호에 불과한 거지. 변화를 이끄는 것은 참여야. 적극적인 참여.


나는 아빠가 정치를 한다는 것은 별로인데요. 정치를 한다는 것은 미움을 받는다는 거잖아요?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반드시 적들이 생기고, 끊임없이 루머와 험담에 시달리고. 


그렇지. 맞아. 그것이 현실이지. 하지만 그런 자잘한 불편과 상처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루고 싶은 대의가 생기면 사람은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거야. 속담 중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라는 말이 있잖아? 실제로 구더기 같이 귀찮은 일들이 많아서 우리는 장을 안 담그고 사 먹는 것이니 속담이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정말 맛있는 장을 담그고 싶은 염원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까짓 구더기 따위야!' 하며 메주부터 쑤지 않을까? 아직까지 이 나라에 멋있고 존경받을 만한 정치인이 없었다면 그 또한 아빠가 정치를 해야 하는 큰 이유가 되겠지, 안 그래? 


모르겠는데요. 나는 아빠가 지금처럼 사업을 하고 글을 쓰면서 그냥 즐겁게 살면 좋겠는데요. 엄마한테는 물어봤어요?


물어봤지 오래전에. 엄마는 정치인 와이프는 싫다 하던데? 다시 한번 물어보려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엄마를 설득해 봐요. 행운을 빌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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