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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호 Dec 10. 2024

텐퍼센트 커피

커피의 맛에 집중한다. # 10% Coffee

오늘은 10일이다. 회사 건물 옆 텐퍼센트(10%)라는 이름의 커피집은 10일이면 텐퍼센트 데이라 하며 평소에 2500원 하는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다. 


한동안 고급 커피 전문점이 성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기성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세대의 행태 중의 하나가 점심 식사값에 육박하는 비싼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었다. 점심 식사의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저렴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서울의 웬만한 가게의 식사가 만원을 훌쩍 넘기니 커피 값이 이를 따라가지도 못할 뿐 아니라 이제는 저렴하고 양을 많이 주는 커피집들이 성황인 시대가 되었다. 


내가 사는 안국동에 언제부터인가 여러 브랜드의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부분 1000원에서 1500원의 아메리카노를 팔고, 그중에는 큰 용량의 커피를 내세운 곳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텐퍼센트의 커피, 특히 손님을 모으기 위한 간판 메뉴인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비싼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출혈 경쟁 속에서도 텐퍼센트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텐퍼센트 커피의 마케팅 포인트는 명확하다. 맛에 집중한다, 곧 고객에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가 이 브랜드의 모토이다.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하여 점포에 스페셜티 원두를 공급하고 숙련된 바리에스타 기술을 전수한다. 텐퍼센트 커피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원두값이 비싸고, 점포를 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내고 커피 내리는 기술을 본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한다. 


이 집은 아메리카노를 다크와 마일드로 구분하고 주문에 따라 원두를 나누어 내린다. 두 원두가 로스팅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분쇄기에 갈린 원두의 무게를 재고, 다시 기계에서 압출하여 에스프레소를 내린 후에도 이 무게를 재어 정확한 용량을 뜨거운 혹은 차가운 물에 붓는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에 따라 커피를 내리는 기술과 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나니 커피 맛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무게를 재는 번거로운 과정은 가게의 커피맛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다. 그래서인지 텐퍼센트의 커피는 맛있다. 브랜드의 명확한 포지셔닝과 셀링 포인트의 집중은 배울 점이 많다.  


내가 대학을 갈 즈음에 한국에 커피전문점이란 것이 처음 생겨났다. 쟈뎅과 퐁세, 지극히 고급스럽던 보디가드 등의 이름이 떠오른다. 어둡고 답답한 다방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커피 전문점은 소위 신세대라는 젊은 이들이 모여 미팅을 하고, 할 일 없이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폼을 잡던 장소였다. 


IMF 외환 위기 이후에는 조금 더 세련된 전국구 프랜차이즈들이 여럿 등장했는 데 믹스 커피 맛에 길들여져 있던 한국 사람들이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겠냐며 저러다 말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은 빗나가고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커피 브랜드들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가성비 높은 커피를 마실 수 있으니 가히 굿도 보고 떡도 먹는다 할 수 있고 어부지리라 할 수도 있겠다.  


회사 옆 커피 맛집 텐퍼센트 커피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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