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작년 숭례문학당의 100일 글쓰기 50기를 마치고 오늘 다시 52기에 참가하였다. 100일간의 글쓰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큰 압박이다. 소재의 고갈과 시간의 부족으로 매일 쫒기 듯이 글을 마쳤고 퇴근 시간부터 오늘은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글이란 쓰는 것이 아니라 쓰이는 것이라더니, 어떤 날은 평소의 생각보다 더 정교하게 글이 술술 써지기도 하고, 또 많은 날들은 글감을 못 찾아 헤매다가 그야말로 어찌어찌 마감(0시)에 맞추어 글을 써냈다.
지난 100일 글 쓰기를 하며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나는 내가 왜 쓰는 가 혹은 쓰고 싶은가, 써야 하는 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낸 일이다. 글쓰기는 사고를 명확하게 한다. 글쓰기를 하며 사물과 사태에 대한 나의 생각이 글을 통해 정리되었다. 이러한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마주하는 사태와 사물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정립되고 그로 인하여 판단이 빨라진다. 가치의 위계가 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들이 나를 다시 글쓰기로 불러들였다.
글쓰기를 통하여 사고를 첨예화하는 작업은 하면 할수록 삶에 득이 되는 일이다. 금번의 100일간의 글쓰기에도 이러한 효과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완주만 하여도 다행이고 글을 쓰다 좋은 생각을 몇 개라도 건지면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욕심을 낸다면 나는 이번 글쓰기에 이러한 글을 써 보고 싶다.
1. 한 가지 혹은 두서너 가지 주제로 묶일 수 있는 글들
2. 나의 신변잡기를 너머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유의미한 통찰 혹은 정보를 주는 글
3. 짧게 쓰고 힘을 빼고 쓰기
글쓰기 첫날이 노동절 휴일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부산으로 여행을 왔다. 불 꺼진 호텔방에서 글을 쓰며 흘끔흘끔 시계를 본다. 마감에 마음을 끌이는 생활이 또 시작되는구나. 하지만 즐겁게 100일을 시작해 본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