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걸으면 라사에 도착할 수 업다. 티벳의 속담이다.
서두르면 오래 갈 수 없다. 오래가지 못하면 목적지에 다달을 수 없다.
일의 속도가 욕심의 속도를 못 따라가면 속이 상한다. 가려는 곳은 저 멀리 있는 데 아무리 허우적 거려도 앞으로 나아가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속이 터진다. 속이 터진다는 것은 혼자서 성이 났다는 말이다. 조바심을 내면 일이 안풀리는 데 속까지 상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 일이 자기 마음 대로 안되면 혼자 성을 내는 조급함을 버리려면 이 당연한 이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밥이 제대로 익으려면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벼가 빨리 자라기를 바란다고 잡아 뽑거나, 왜 하루에 하나씩만 낳느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는 안된다. 모든 일은 순리에 따라야 한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순리에 따르지 않으면 발이 꼬여 넘어지거나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되어 버린다. 순리에 따르지 않은 것은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순리를 따르려면 우선 욕심을 다스려야 한다. 욕심이 마음을 사로잡으면 차근차근 생각하는 이성이 주도권을 잃어 버린다.
욕심의 쌍둥이는 불안이다. 능력에 넘치는 것을 얻으려 하니 불안하다. 인과의 세상에서 내 능력에 맞는 결과는 반드시 내게로 온다. 만약 아쉽게 내 차례를 빗겨 갔다고 하여도 내 안에 능력이 있다면 곧 나에게 차례가돌아 온다. 내가 한 일보다 더 많이 바라고 능력에 닿지 않는 일이 되기를 바라니 스스로 미덥지 못하여 불안해진다.
사무실 칠판에 '멈추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라는 정주영 회장의 말씀을 붙여 놓았다. 요즘에 이 말씀과 더불어 떠오르는 생각은 순리에 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힘을 좀 빼자이다. 용을 쓰면 힘이 든다. 힘이 들면 오래 할 수 없다. 먼 곳으로 가는 여행자는 가벼운 걸음으로 꾸준히 걸어야 어느날 드디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빠르게 걸으면 라사에 도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