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풀꽃>을 읽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풀꽃> 전문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영화 <노팅힐>의 줄리엣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동네 서점에서 만나는 것처럼 문학적 로망을 기다리던 독자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좀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시인은 독자에게 자세히 볼 것을, 오래 볼 것을 요청한다.
자세히 보는 것은 집중함이다.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면 사방이 고요해진다. 주변은 사라지고 바라보는 대상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본다고 모두 예뻐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세히 보는 것은 진작에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딸아이가 자기 볼에 주근깨가 나왔다고 투덜거리길래 자세히 보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거뭇거뭇 오른 주근깨도 참 예쁘다. 자세히 보면 예쁨을 발견한다.
오래 보는 것은 기다림이다. 애초에 싫었던 사람이 오래 보아 좋아지는 일은 드물다. 진작에 애정이 있어야 오래 보아줄 수 있고 애정을 가지고 보아야 사랑스러움을 발견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다가 아이들의 동작에 꺄르르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있다. 오래 바라봄은 이런 사랑스러운 발견을 기다리는 일이다.
좋아하는 우엇을 혹은 누군가를 자세히 보며 예쁨을 발견하고, 오래 보아 사랑스러움을 발견한 독자들에게 시인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제시 한다. '너도 그렇다.' 우리가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던 누군가처럼, 당신도 그렇다. 시인은 우리가 시를 읽으며 대상을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자세히 보세요, 오래 보세요,
누구나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그 안에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존재입니다.
당신, 참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