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에

연휴 끝에 출근

by 박종호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끝까지 하자.

기왕에 하는 일이니 잘하자.

기왕에 해야 할 일이니 즐겁게 하자.


의도했든 안 했든, 어찌하다 보니 피할 수 없게 시작하는 일들이 있다. 별생각 없이 발을 들여놓았다가 그만 둘 타이밍을 잡지 못하여 계속하게 되는 일도 있다. 좋아하지 않아도 나름의 사정 때문에 그만 두지 못하고 해야 할 일들도 있다. 모두 '기왕에'가 잘 어울리는 일들이다.


'기왕에'의 사전적인 의미는 '이미/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란 뜻이다. 이 말 안에는 왠지 체념의 의미가 들어있는 듯하지만 그 쓰임을 보면 오히려 눈앞에 이미 벌어진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의 태도가 담겨있다. '기왕에'란 말속에는 넘어진 김에 쉬어가고 물에 빠진 김에 진주를 캐려는 긍정적인 반전이 들어 있다.


노동절,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의 대체 공휴일까지, 긴 연휴를 마치고 사무실이 문을 열었다. 나는 작은 회사의 사장인지라 연휴 중에도 몇 번을 사무실에 나와 급하지 않은 몇몇 잡무를 처리하기도 했는 데, 막상 연휴가 끝났다니 사장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일이 싫은 것이 아니고 노는 게 더 좋은 탓이다.


이번 주는 수요일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벌써 다 지나갔으니 이번 주에 일하는 날은 겨우 이틀이 남았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기왕에 하는 일이니 더 즐겁게 하자. 기왕에 하는 일이니 더 열심히 하자. 그리고 더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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