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강 위에 뜬 달

허윤정 <또 살리고 싶어서>의 저자

by 박종호

의사 허윤정 씨의 강연을 들었다. 선생은 단국대 중증외상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며 그동안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엮어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란 책의 내어 놓았다.


나는 몇 해 전에 나왔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최근에 나온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동시에 보기 시작했던 터이어서 저자가 어떤 일을 할지 대충 머릿속에 그려졌다. 드라마 속 의사들은 긴급과 대기가 일상이고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하루에도 수 없이 맞이한다


중증외상센터란 말 그대로 중증의 긴급 환자들이 보내어지는 곳이다. 전국에 17개의 권역센터가 있다. 이곳으로 각 지역에서 촌각을 다투는 중증의 환자들이 몰려든다. 작년부터 대학의 의대생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의 갈등으로 가용 의료진이 줄어들자 다른 지역의 응급 환자들도 센터로 몰려들었다. 그나마 인력이 부족하던 외상센터는 열악한 처우와 격무 때문에 의사들이 떠나가고 이제 전국 17곳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이제 단 180명이 남았다고 한다.


저자는 중증외상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과 감동, 그리고 의료계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한다. 바쁜 일과 중에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고된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사회에 아주 작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았다고 말한다.


천 개의 강에 천 개의 달이 뜬다. 비록 하나의 선행이지만 그것을 보는 수 사람들의 마음에 감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이다.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또 감화를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또 다른 선행을 한다. 이렇게 선행이 퍼져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땅에 천국 같은 세상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천 줄기 강 위에 휘영청 뜬 보름달은 아니어도,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아주 작은 선행으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의 강에 작은 달을 띄워 보는 것은 어떨까.


天江流水天江月
천 개의 강에 천 개의 달이 뜬다
-나옹화상(고려)의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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