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나이에 따라 해 주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강북삼성 병원 건강검진 접수처에는 일곱시에 접수를 시작하기 전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 대부분은 출근 전에 검진을 마치고 회사에 출근하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키와 몸무게를 재는 것을 시작으로 각 부위의 점검이 착착 진행되었다.
군대에서 나는 전방이라기는 좀 애매한 지역에 자리한 한 독립 여단의 보급수송대(보수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쉽게 말해 지프차 운전병이었다. 보수대의 하루는 연병장에서 두 줄로 차들을 마주세워 놓고 선임 병장의 구호에 따라 자기가 맞은 차의 기능을 점검하는 일로 시작한다.
경적(클락숀), 라이트, 하이빔(쌍라이트), 시동... 나중에는 엔진오일을 점검하고 차 밑에서 무엇 새는 것이 없는 지, 후방의 방향등과 정지표시등은 이상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렇게 점검하다보면 어제 차고에 세울 때까지도 멀쩡했던 차에서 갑자기 이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당시의 군용 지프차와 트럭은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운전병이 엔진의 점화플러그를 교환하고 심지어 플거그의 간극을 맞추기도 할 정도로 간단한 구조이다. 정말 매일매일 점검을 하지 않으면 어딘가 스스로 나사가 빠져 문제를 일으키거나 엔진오일, 냉각수, 워셔액 등이 어디에서인가 새어 나왔다.
매일 아침 점검을 통하여 운행을 나가기 전에 고장이 발견이 되면 다행이다. 혹시 멀리 다른 부대로 장거리 운행을 떠나 중간에 차의 이상이 발견된다면 몸시 난감한 일이다. 도중에 수리를 할 수 있는 간단한 고장이라면 다행이지만 어떤 때는 고장난 차를 하루종일 몰고 다니다 부대까지 돌아와야할 때도 있다.
겅강검진은 연병장에서 매일하던 차량 점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사소한 고장이 생기면 빨리 조치를 취하면 되는 데, 모르고 그냥 두었든, 게을러 알고서도 그냥 몰고 다녔든, 작은 고장을 방치하였다가 큰 고장이 나고 때때로 사고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장수 시대가 되었다. 신선이나 산다던 백살은 이제 평범한 사람들도 산다. 어떤 사람들은 조만간 인간 수명이 120살을 넘겨 돈만 있으면 어떤 장기이든 바꾸어 끼워가면서 영원히 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기 위해는 재력과 건강이 필요하다.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재역도 건강하고 나서야 의미가 있다.
나이를 먹을 수록 여기저기 검사항목이 늘어난다. 그만큼 몸도 오래 쓸 수록 고장나기 쉽고, 혹 고장이 났다면 일찍 발견하는 것이 고치기가 월등히 수월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점검과 예방이다. 건강이 마음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 관리를 잘 한다. 몸도 차도 마찬가지이다.
(추기) 오늘 나의 몸을 요리조리 정성으로 보아주신 의료진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