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루틴, 체육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는 법

by 박종호

다섯 시 반, 체육관으로 향한다. 오월이 되며 다섯 시 반이면 벌써 날이 훤하다. 체육관 안에는 매일 이 시간에 오는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몸을 풀고 있다. 이 분들은 여섯 시 십 분이 되면 바닥이 마루로 된 다용도 실에서 모여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댄스 체조를 하며 오늘 하루의 활기를 충전할 것이다.


체육관이 문을 여는 날이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는 스무 명 정도의 멤버들을 보면 안국동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에도 참 부지런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의 동네인 안국동은 궁을 출입하던 신하들이 살던 동네이다.


그 시절에 신하들은 왕의 기침 전에 궁에 들어가 그를 알현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했을 것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은 고관대작이라 하더라도 그 위에는 왕이 있다. 요즘으로 이야기하면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의 임원들이 사장이 출근하기 전에 회사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으리라.


나는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체육과의 러닝 트랙을 달린다. 나이키에서 출시한 앱은 달린 거리가 1킬로가 될 때마다 킬로당 평균 속도와 남은 거리를 말해준다. 첫 번째 1킬로가 가장 길게 느껴진다. 나는 지루함을 이기려 유튜브를 들으며 뛴다 유튜브의 내용이 재미있을 때에는 매 킬로에 이를 때마다 앱에서 나오는 긴 노티스가 방해처럼 느껴진다.


체육관의 러닝트랙 천천히 뛰고 나면 다시 대충 몸을 풀고 탈의실에 붙어 있는 목욕탕으로 향한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거나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낸다. 왠지 땀을 많이 흘리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땀으로 몸 안의 수분이라도 빼면 좀 날렵해 보일까 부질없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체육관을 나서 오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로 걸으면 어느새 해가 건물 위로 떠올라 등 뒤에서 나를 비춘다. 나는 돌아서서 눈부신 해를 마주하고 코로 길게 숨을 들이켠다. 후-, 기분 좋게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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