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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혁의 그림

덕수궁길 두 손갤러리(구세군 역사박물관)

by 박종호

비가 개어 청명한 날, 덕수궁길을 따라 걷다 구한말 시대의 빨간 벽돌 건물을 발견했다. 구세군 역사박물관이다. 이 건물은 1928년 구세군 사관학교로 지어졌다. 덕수궁처럼 네 개의 신전 기둥이 전면에 세워져 지붕을 받치고 있는 모양의 2층 건물이다. 2층은 구세군 역사박물관으로, 1층은 두 손갤러리가 임대하여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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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이혁이란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낯선 이름의 작가이다. 무척 멋진 장소에서 전시를 하는 군 하며 자연스럽게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 나왔을 법한 벽돌 건물로 걸어 들어갔다. 외관과 달리 내부는 상당히 모던하고 세련되게 꾸며있다.


정문의 계단을 두어 개 올라 현관에 들어서면 작은 푯말의 화살표가 오른쪽으로 난 문을 전시장이라 알려준다. 오른쪽 작은 문에 들어서면 전시가 시작되는 데 이혁 작가의 작은 소품부터 시작하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크고 다양한 화풍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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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사무실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전시실은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통로를 지날 때마다 넓은 공간이 다시 펼쳐지고 네 벽을 둘러 걸여있는 작가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두손갤러리의 김양수(두손) 관장의 친절한 설명으로 이혁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하여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혁은 탈북 작가이다. 1988년 생인 그는 황해도에 있는 사리원 예술전문학교를 다녔다. 북한에서 자신의 예술활동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끼고 탈북하였다고 한다. 그는 두손갤러리의 전속 화가이다. 독특한 개인적인 이력만큼 그의 그림에서는 그만의 정서와 화풍이 느껴진다.


이혁 작가의 그림은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한국 전통미술 그리고 추상과 개념의 언어가 중첩되는 지점에서... 그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길어 올린다.
- 화보집 설명 중


그의 그림 속에는 달과 개가 자주 등장한다. 개는 시골에서 많이 보이는 누렁이이다. 어둠 속 누렁이는 달빛에 비추어 살짝 형상이 드러난다. 외롭고 지친 모습이다. 무엇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눈빛을 지녔다. 화가의 이력으로 작품을 단정 짓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일지 모르지만 탈북인이라는 그의 이력이 그의 작품과 작가를 연관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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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개 사이에 '내가 다가가면 받아줄까 아니면 공격할까?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일정한 거리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런 개와 인간 사이의 긴장관계가 이주민으로서 한국에 왔을 대 나의 모습과 한국 사회의 관계와 닮아있다.
- 이혁


우연히 만난 이혁 작가의 전시는 그림 자체로도, 또 작가의 삶을 통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두손갤러리의 아름다운 건물은 작품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잘 지은 밥을 담아 놓은 예쁜 사기그릇 같다. 작가의 작품과 이력에 대하여 친절한 설명을 하여준 김양수 관장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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