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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사람들의 면사랑

니쿠니쿠(肉肉) 우동

by 박종호

후쿠오카 사람들은 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후쿠오카가 우동의 발원지였다는 설도 있다. 후쿠오카는 한반도와 중국의 사신들을 맞이하는 관문이었으며 동시에 이들의 문물이 일본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었다. 후쿠오카로 중국에서 온 면이 들어오고 이것이 후에 우동으로 발전되었다는 설이다.


전통적인 후쿠오카 우동은 다른 지역의 우동에 비하여 두껍고 부드럽다. 탱탱한 식감을 가진 사누키 면에 비하면 쉬이 분다. 우동이 중국에서 건너온 떡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는 데 후쿠오카의 두툼한 면을 보면 역시 후쿠오카가 우동의 발원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성업인 우동 체인점은 <웨스트(WEST, ウエスト)>이다. 뛰어난 맛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다양한 메뉴로 꾸준히 사랑받는 체인점이다. 전통적인 후쿠오카 면이라기보다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탱탱한 식감의 면을 쓴다. 24시간 영업하는 점포도 많다.


후쿠오카는 돈코츠 라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돼지고기와 뼈를 우려낸 깊은 국물이 특징인 돈코츠 라멘은 여전히 후쿠오카의 대부분의 라멘 가게에서 맛볼 수 있다. 꼬리꼬리하고 기름진 돈코츠 라멘은 후쿠오카 사람들에게는 아주 편하게 먹는 값싼 음식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외국인들이 반드시 먹고 가야 하는 후쿠오카 특산이 되어 도심의 가게들은 무척 세련되고 동시에 값도 많이 비싸졌다. 하지만 여전히 골목골목에 밤늦게까지 문을 열며 취객의 속을 달래는 라멘집에서는 서민적인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소바(메밀) 사랑도 대단하다. 소바가 몇 할 들어갔느냐에 따라 8할 소바 10할 소바 등으로 나뉘는 데 툭툭 끊어지는 소바의 식감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가게를 정한다. 메밀면을 차가운 소스에 찍어 먹는 우리의 습관에 비하여 일본에서는차가운 소바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따뜻한 국물과 함께 우동처럼 내어 놓기도 한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그 위에 우엉(고보)을 튀겨 올리거나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우엉이 많이 자라는 큐슈의 지역적 영향이 큰 것 같다.


오늘은 후쿠오카 국제공항 진입로에 자리한 니쿠니쿠(肉肉) 우동을 들렀다. 가게의 이름에 맞게 니쿠(고기)우동이 시그니쳐 메뉴이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우동집에서는 다시로 낸 우동 국물을 쓰는 데, 이 집은 니쿠 우동에 가장과 설탕이 베이스가 된 고기 육수를 쓴다는 점이다.


맛은 조금 덜 단 일본전골(스키야키) 국물 맛. 국물 한가운데에 잘게 간 생강을 한 주걱 올려 준다. 생각 덕분에 간장 베이스의 짠맛과 단맛이 깊은 풍미를 지니게 된다. 후쿠오카 식으로 두꺼운 면에 국물의 맛이 스미어 무척 맛있다. 메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테이블 위에는 특제 토우가라시(고춧가루)를 놓아두는 데 원래의 맛으로 반쯤 먹고 난 후에 이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 먹으면 다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나처럼 헥헥 거리며 그래고 맛이 있어 끝까지 먹어야 한다.


오늘은 수년간 그냥 지나치던 길목의 가게에 우연히 들어가 색다른 맛을 발견했다. 새로운 시도가 항상 더 좋은 결과로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몰라도 좋았을 것들보다 몰랐으면 아쉬웠을 것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추기) 현재 일본에서 우동이 가장 사랑받는 지역은 사누키 지역이다. 사누키 우동이란 간판으로 한국에도 여러 우동집에 성업하는 이유이다. 사누키 사람들은 식사가 아닌 간식으로 우동을 먹는다고 한다. 일본에서 우동집이 가장 많고 우동의 소비가 가장 많은 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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