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 보았다.
자기의 감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감정스위치가 있다면 어떨까?
세간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예방하는 법, 사라지게 하는 법,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는 법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정말 유용한 지, 아닌지를 떠나 사람은 누구나 그런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누구나 불안, 공포, 의심, 좌절, 자괴감, 죄책감 등등 각종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딸깍하고 한 번에 감정을 전환할 수 있는 감정 스위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감정 스위치는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 스위치를 누르겠지. 회사에서 욕먹고 나서 딸깍, 헤어진 여자 친구의 푸샤를 보며 딸깍, 잘 나가는 동창을 보며 딸깍. 딸깍 딸깍,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
우리가 모든 부정적 감정에서 해방된다면, 딸깍하고 손가락 하나로 내가 원하는 감정으로 나의 기분이 전환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결핍을 충만감으로 바꿀 수 있다면 바로 그곳이 인류가 영원히 지향하고자 하는 천국, 고통 없이 모두 행복한 천국이 아닐까.
이 정도 지점에서 분명히 그것이 마약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사람이 나타난다. 기왕에 상상을 하였으니 행복 스위치가 주는 쾌감이 기타 약물류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 살펴보자.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 감각적인 쾌락과 구분이 되는 지점은 인간은 행복감을 느낄 때 쾌감 속에 서사성, 즉 맥락을 가진다는 것이다.
배부르다는 쾌감이다. 하지만 오랜 친구와 밥을 먹어 행복하다는 서사성을 지닌 쾌감, 즉 행복이다. 비슷하지만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는 이와는 또 다른 행복감이다. 이렇게 행복은 서사성을 가지고 수천, 수만 가지로 나누어진다. 행복감을 느끼는 상황의 구성 요소에 의해 모두 조금씩 다른 감정이다.
그러니 잘 개발된 감정 스위치는 전환되는 감정에 서사성을 지녀야 한다. 외로운 날에는 '일곱 살 때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던 느낌'이나 '슈퍼스타가 팬사인회에서 열렬 팬들에게 둘러싸인 느낌'. 와이프가 쌀쌀맞게 대하여 서운한 날에는 '짝사랑하는 여자 아이에게 고백하는 쪽지를 받은 교회 오빠의 느낌'이 제격이다.
살다 보면 상황을 바꾸는 것보다 상황에 대한 감정을 바꾸는 편이 더 쉽다. 또 때로는 감정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일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만드는 요인은 대부분 상황 자체보다 감정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장악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단순히 감정의 변화를 넘어 현실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 스위치는 아직 개발 착수에 들어갔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중차대한 개발 의무를 외면하고 기분 전환을 위하여는 심호흡을 하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나 하고 있다. 그들에게 인류의 행복을 위한 대국적인 도전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