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어른이란

by 박종호

나는 요즘 내가 조금 더 어른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곧 반세기를 사는 나이에 새삼 어른스러움이라고 하니 좀 황당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는 것하고 사람됨이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 법적 성년의 나이는 정해져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성인이 정신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 대부분은 어른인 척하는 아이들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마찬가지로.


인격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이냐고? '성숙한 인격'의 사전적인 정의는 딱히 머릿속에 그 의미가 들어오지 않으니, 성숙한 어른이 어떤 모습일지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성숙한 어른의 첫 번째 모습은 친절함이야. 격식과 훈련에서 나오는 기계적인 친절함이 아니고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투와 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성숙한 어른의 기본인거지. 나는 가끔 티브이와 영화에서 정말 부드러운 말투를 보게 돼. 누구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상대방을 편하게 만드는 말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심은하에게 말을 건네는 한석규의 말투 같은, 그 훔치고 싶으 말투 말이야.


성숙한 어른의 두 번째 모습은 차분함이야. 쉽게 이야기하면 쉽게 흥분하거나 충동적으로 혹은 즉흥적으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거겠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그 자리에서 벌컥 화를 내지 않는 정도의 차분함을 지니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기도 해. 예를 들면 명상 같은 거. 화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화를 다스릴 수 있거든. 작은 불씨가 커지기 전에 쉽게 불길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성숙한 어른의 세 번째 모습은 대의를 위해 자기를 내려놓는 자세야. 조금 어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전체의 성공을 위해 나의 주장 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이지. 우리는 과도한 자의식 속에 살아가고 있어. 어른이 되어서도 중2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me), 나(me)하며 살고 있는 거지. 이 자의식을 벗어버리고 대의를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 가가 성숙함의 척도 중 하나라고 생각해.


물론 이게 다는 아니지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중에도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성숙함의 기준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 뻔한 소리라고? 뻔한 소리 맞지.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지. 그런데 완벽하게 되지 못한다고 해서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인간의 성장이란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겠어?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다며? 여직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으니 그 노인은 지금쯤 어마어마한 사과 농장 주인이 되었겠네. 끝은 없어. 그냥 뚜벅뚜벅하는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가끔씩 성장이 느껴지기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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