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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면 따라 오는 것 : 슬픔

by 박종호

장인께서 고양이 한 마리를 들이셨다. 태어난 지 한 달이 안된 까만색 고양이이다. 네 발에만 흰 양말을 신은 것처럼 흰 털이 나있어 마치 양말을 신은 것처럼 보인다. 와이프는 고양이 이름을 양말로 지었다. 생김이 무엇을 닮았다고 별명을 그리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이름으로 정해버리는 것은 고양이가 알면 좀 섭섭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양말이라니.


우리 집에도 강아지 한 마리를 들일까 생각 중이다. 어떤 강아지가 좋겠는지 여러 번 물어 마티푸가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이고 있다. 마티푸는 마티즈와 푸들의 혼종으로, 이 종이 선택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인 <르세라핌>의 일본인 멤버인 사쿠라가 기르는 강아지 종이기 때문이다. 팬덤의 시대에는 반려 동물도 셀럽의 인기를 따라간다.


인간이란 종은 자기 종 이외에 여러 존재를 의인화시키고 감정을 부여한다. 영화 <케스트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톰 행크스의 곁에서 그를 외로움으로부터 지켜주었던 것은 배구공 윌슨이었다. 개와 고양이가 일반적이던 반려동물이 요즘에는 햄스터, 도마뱀, 미니돼지 등등 다양성을 띄더니 반려 곤충으로 확대되고, 심지어 반려돌이라는 이름으로 돌에 말을 걸고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혼자 지내는 것이 외로워서, 길에 버려진 동물이 불쌍해서, 등등 각가지 이유로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다. 하지만 일단 기르기 시작하면 처음의 이유와는 무관하게 인간과 반려 동물 사이에 정서적 교류와 관계가 생겨난다. 물론 이것은 대체로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 매주 미용실에서 헤어컷을 하고 마사지를 받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평생 마당에 묶여 지내며 쉰밥을 먹어야 하는 개들도 있다.


막상 강아지를 들이려니 여러 가지가 신경 쓰인다. 외식을 하거나 해외로 여행을 가는 데에도 제약이 생긴다.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강아지가 아프거나 죽는 일이다. 강아지들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 십수 년 사이에 강아지는 노견이 되고, 사람처럼 치매와 관절염을 포함하여 각종 노견병을 앓는다. 애견 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에는 노인이 애견 유모차에 노견을 끌고 나와 바람을 쐬이는 풍경을 쉬이 볼 수 있다.


노견을 돌보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살던 반려동물이 생의 주기를 마감할 때의 정신적인 상처와 슬픔(Pet Grief)이다. 오래 함께 지내고 정서적 교감이 많았던 반려 동물일수록 슬픔이 크다.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다. 외로운 현대인들은 반려동물에 가족보다 더 많이 의지하고 그들이 떠났을 때 더 많이 슬퍼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슬픔을 두려워하여 반려동물 기르기를 꺼린다. 사랑할 자신은 있지만 슬퍼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이 말은 죽음이 슬프니 태어나지 말 걸, 이별이 두려우니 만나지 말 걸 하는 말하고 비슷하다. 존재가 만나서 관계를 맺으면 그 생태적인 주기와 헤어짐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관계이든 나에게 좋은 것만을 가질 수는 없다. 삶의 모든 것을 주인에게 이리 반려인에게 의지하는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에게는 그들의 건강한 삶과 늙고 병들었을 때를 포함해서 그들의 기분과 정서까지도 돌보아야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곁을 떠날 때 그들과 나누었던 감정의 깊이와 추억 만큼 슬퍼하는 것도 따로 떨칠 수 없는 관계의 한 부분이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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