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으로 말하자면 이제 그야말로 국제적인 빵의 성지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안국동 빵맛을 느끼러 찾아온 사람들 카페에 들르며 온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대표적으로는 런던베이글, 노티드가 안국에서 출발하여 전국을 장악했던 대표 주자들이다. 이 외에도 맛있는 빵집, 예쁜 카페들이 즐비하다.
바이럴이 팬덤을 만들고 팬덤이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이다. 빵집들은 어떻게 하면 사진에 더 예쁘게 나올까를 고민하며 메뉴를 개발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뜨여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 자랑을 하기 위해 빵집을 찾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유행에 뒤처지기 싫어 그 집을 방문한다.
빵집이 많다고 하여 안국동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빵을 좋아할 리는 없다. 애초에 빵을 좋아하거나 빵을 잘 만들어 유명해진 것이 아니고 우연히 성공한 빵집이 생기다 보니 성공하고 싶은 빵집들이 모여 유명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국동에 산다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유명한 빵집을 더 자주 가게 될 확률이 높다. 수준 있는 제빵 기술을 보유한 유명 빵집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빵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보르도 사람들은 와인 한 모금만 마셔 보아도 어느 지역 와인인지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는 소문처럼 "안국동 사람들은 빵을 한 입만 먹어 보아도 어느 지방 밀가루로 만든 빵인지 알아맞출 수 있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안국동은 매우 전통적인 동네에서 매우 전통적이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동네가 되었다. 그리고 힙하고 독특한 빵집들이 가세하며 이제 매우 전통적이면서 힙하고 동시에 국제적으로 유명한 동네가 되었다. 요즘 안국동을 거닐면 파리의 어느 골목에 와 있는 느낌이다. 오래된 골목에는 현대적인 가게들이 들어서고,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방문객들이 그 가게를 드나든다.
파리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도시이다. 그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다. 안국동 또한 누구나 와 보고 싶어 하는 동네이다. 그런데 안국동이 살고 싶은 하는 동네일까?
수레바퀴가 돈다. 바퀴는 빠르게 돌지만 바퀴의 축은 그 중앙에서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지킨다. 안국동의 변하지 않는 코어는 무엇일까. 안국동의 신구의 문화, 전통과 힙함을 아우르는 중심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빠르게 변하는 안국에 살며 그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재미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