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한 배우의 사진전이 열리는 갤러리 앞을 지나며 문뜩 떠오른 질문이다.
누구나 살아가며 흔적을 남긴다. 눈 위를 걸으면 남는 발자국처럼. 누구라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는 길건 짧던 세상에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발자국은 깊고 아름다워 남겨진 이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이로움을 준다. 이런 사람들은 위인이라 불린다.
살아가는 개개인에게도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대단치 못한 삶이었다고 하여도 자기가 떠나고 나면 누군가 아쉬워해주고 그리워해주고 기억하여 주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외로울 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빨리 잊고 아주 간혹만 그리워한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 가는 전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나쁜 놈이라고 욕먹으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이 살아있는 동안의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선하게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사람은 그 바람 덕분에 악행을 멈추고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보다는 더 착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그가 바라던 바데로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인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인간은 살아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판단을, 죽어서는 남은 자들의 기억을 신경 쓰면서 산다. 그 판단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며 산다. 어쩌면 선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죽어서까지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천국과 지옥 같은 내세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무도 안 보는 시간에 바른 몸가짐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의 기준에 따라 올바르게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신독이 군자의 경지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