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씨의 만점 소식을 접하고
1972년 생 개그맨 서경석 씨가 얼마 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아주 작은 쪽지 시험도 100점을 맞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빠짐없는 지식과 함께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서경석 씨의 만점 소식에 나도 무엇이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서경석 씨는 일찍이 육군사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바 있고 이후 서울대학교 불문과에 입학하였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고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소위 공부 머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에게 검정시험 만점이 쉬운 일이었을 리는 없다. 그는 왜 이 시험을 보고 여러 차례 응시를 하여가며 만점을 받았을까. 자랑하기 위해서 라기에는 들여야 하는 노력이 너무 크다.
그는 총 네 번의 시험을 치렀다. 처음에는 79점. 가채점을 해보니 80점의 합격점수 이상인 81점이 나왔지만 OMR카드에 옮겨젹다가 실수를 하여 아쉽게 떨어졌다. 당연히 두 번째 시험에 응시한다. 94점. 상당히 높은 점수이니 이제 합격의 목표는 이미 이루었고 기왕이면 고득점으로 도전을 마무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세 번째 시험은 99점이다. 누구라도 만족할만한 점수이고 아주 힘겹게 얻을 수 있는 점수이다. 그런데 만점이 1점이 남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첫 번째 시험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로 떨어졌으면 다시는 도전하지 않았을 것처럼, 1점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만점을 받았다.
서경식 씨의 도전과 만점에 이르는 성과에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있다. 하나는 의미 있는 방향 설정이다. 서경석 씨는 어려서 역사를 좋아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목표를 잡으면 설령 그 최종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과정을 즐기고 과정 안에서 소득이 있다. 서경석 씨는 만점을 받지 않았어도 시험을 준비하며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향상을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이다. 결과가 점수로 반영되는 시험은 자기 노력과 성과, 성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도구이다. 그리고 시험은 평가 이외에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1점 차이로 떨어지고 1점 차이로 만점을 놓친 것이 다시 도전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 시험은 특정 상대가 없이도 자기와의 싸움이 가능하게 만든다.
지식의 검색이 일반화된 시대이다. 역사 등과 같은 과목의 시험이 암기가 위주로 이루어진다고 하여 평가를 절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부 자체가 즐거운 사람에게는 그러한 평가가 무의미하다. 그들에게 암기란 나의 공부가 체화된 실질적인 성취이다. 박문호 교수의 말처럼 창의란 내 안에 내재된 지식들을 연관시키면서 탄생하는 것이다. 암기란 창의의 바탕이 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서경석 씨의 만점 소식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후회하지 않을 만한 즐거운 목표를 정하고 싶다. 그것이 평소에 한 번쯤하고 싶어 하던 무엇일지, 남은 생을 탈탈 털어 넣어 이어갈 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찾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 너무 길지 않은 주기로 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중간 점검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취감이 시원한 산 바람처럼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