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하루

오늘 하루 (250713)

국경을 넘다

by 박종호

아침 일찍 베란다로 나갔다. 막 해가 뜨려는 참이다. 처가에 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장인어른과 술을 마시는 저녁 시간과 정동향의 베란다에 나가 해가 뜨는 것을 보는 새벽 시간이다. 마침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기간이니 저녁시간의 즐거움은 가족의 수다로 대신하고 새벽에 서둘러 일어나 일출을 보았다.


태어난 지 이제 막 두 달 반이 된 고양이 양마루는 어젯밤부터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자신이 야행성 동물임을 증명하더니 아침에도 가장 일찍 일어나 놀자고 쫓아다닌다. 놀자고 하는 짓이 달려들어 팔다리를 무는 것이니 내 팔뚝에는 양마루가 물어서 낸 생채기로 가득하다. 아무래도 난 강아지가 더 좋다.


멀리 산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보고 모두의 아침을 사러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의 아침은 주말의 즐거움이다. 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가 다 떨어져 삼각김밥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장인 장모와 나, 아내, 두 딸, 이렇게 삼 대가 아침 뉴스를 틀어 놓고 노닥거리며 아침을 먹는다.


오전 10시 이사를 나가는 모모치하마의 집에 부동산 사람이 와서 집을 점검했다. 점검하여 이상이 없으면 열쇠를 넘겨주고 우리는 이제 정식으로 집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미리 도착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을 닦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청소가 아닌, 그동안 우리를 지켜준 이 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다.


아이들은 짐이 모두 빠진 집을 보며 생각보다 큰 집에 살고 있었다며 빈 방을 돌아다녔다. 거실에 붙어있는 7첩 다다미 방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책상과 의자를 놓아 공부방으로 썼다. 두 딸의 침대방에는 이층 침대가 놓여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나의 서재에는 아내의 재봉틀과 밤마다 나를 놀라키는 마네킹이 서 있었다.


부동산의 인계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동산 사람은 열쇠를 받고 조금 더 점검하고 간다며 우리를 배웅했다. 우리가 살던 집의 주와 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인근 산 위에는 우리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신사가 있다. 내가 가끔 올라 가족의 안전을 기도하던 아타고진자이다. 이곳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팥빙수를 먹었다.


평소의 주말처럼 가까운 시골인 이토시마로 차를 몰았다. 항상 들르던 라멘 공장인 <이찌랑노 모리>를 들렀다 규슈대학교에 붙어있는 서점 <츠타야>에 갔다. 그리움이 되기 전까지 아쉬움은 그저 상상의 일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평소에 하던 일들을 한번 더 하고픈 마음이다. 언제가 다녔지만 항상 좋았던 곳들이었다.


삼대가 모여 저녁을 먹었다. 첫째가 타코야키를 만들고 장인어른이 히야시쥬카(냉면)를 만들어 사가지고 온 스시를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하여 평소에 자주 먹던 메뉴다. 여느 때처럼 카드게임을 했다. 평소에는 바바누키(도둑 잡기), 우노 등을 하는 데 오늘은 서점에서 <인랑>이란 게임을 사 왔다. 이 집에서는 내가 블랙홀이다.


한 달에도 두어 번씩 일본을 오갔는 데 이번에는 집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를 하는 길이니 느낌이 다르다. 내일 우리 가족은 국경을 건넌다. 한 계절이 끝나고 또 한 계절이 시작된다. 모든 것에 감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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