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순작용 부작용
푹푹 찌는 여름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에도 얼굴에 뜨거운 바람이 느껴진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건물 전체 공조기를 이용하는 에어컨은 아직 작동하지 않아 후덥지근하다. 신문을 읽는 데 등골에 땀이 흐른다. 이렇게 더운 날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쇼생크 탈출>에 외부에 사역을 나간 수용자들이 작업을 마치고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저 마시고 싶지 않아 마실 기회가 없어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와 마실 수 있다면 마셨을 상황에서도 못 마시고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의 청량감은 비교할 수 없다. 오랜만에 허락된 맥주는 말 그대로 달다.
4월부터 시작한 100일 금주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다시 술을 시작하는 '개주'의 날이 하필이면 해외 출장 첫 날이다. 말레이시아의 맥주로 100일 만의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100일 금주를 여러 번 해 보았지만 100일이 되는 날 처음 마시는 술은 언제나 맥주이다. 가장 그리운 것은 맥주의 맛이 아니고 목 넘김이다.
나는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 살았다.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부터 오십에 가까운 지금까지. 사람들을 만날 때, 혼자 있을 때, 일을 마치고, 일이 없을 때, 즐거운 때, 슬픈 때, 좋을 때와 나쁠 때 모든 '때'를 술과 함께 살아왔다. 술을 안 마시니 모든 행사에 치르던 국민의례가 사라진 듯한 허전함이 들었다.
술을 멈추는 것은 몇 가지 점에서 유용하다. 우선 알코올의 의존도를 줄여준다. 술과 연관된 비생산적인 시간을 줄이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게 한다. 외롭고 심심하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술을 사랑하고 즐긴다. 술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은 그만큼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술을 다시 마시는 '개주'의 시간이 오면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두루 만나 한잔을 해야겠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든다. 한국의 중년 남자에게 술은 사회생활과 사교에 필수적인 매개물 같은 것이다. 금주의 가장 큰 폐해는 인간관계의 파탄이고 가장 큰 부작용은 외로움인 이유이다.
금주를 하며 유난 좀 작작 이 떨며 살아라란 말을 종종 듣는다. 나도 안다. 유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