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하루

오늘 하루 (250722)

금주의 순작용 부작용

by 박종호

푹푹 찌는 여름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에도 얼굴에 뜨거운 바람이 느껴진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건물 전체 공조기를 이용하는 에어컨은 아직 작동하지 않아 후덥지근하다. 신문을 읽는 데 등골에 땀이 흐른다. 이렇게 더운 날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쇼생크 탈출>에 외부에 사역을 나간 수용자들이 작업을 마치고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저 마시고 싶지 않아 마실 기회가 없어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와 마실 수 있다면 마셨을 상황에서도 못 마시고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의 청량감은 비교할 수 없다. 오랜만에 허락된 맥주는 말 그대로 달다.


4월부터 시작한 100일 금주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다시 술을 시작하는 '개주'의 날이 하필이면 해외 출장 첫 날이다. 말레이시아의 맥주로 100일 만의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100일 금주를 여러 번 해 보았지만 100일이 되는 날 처음 마시는 술은 언제나 맥주이다. 가장 그리운 것은 맥주의 맛이 아니고 목 넘김이다.


나는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 살았다. 술을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부터 오십에 가까운 지금까지. 사람들을 만날 때, 혼자 있을 때, 일을 마치고, 일이 없을 때, 즐거운 때, 슬픈 때, 좋을 때와 나쁠 때 모든 '때'를 술과 함께 살아왔다. 술을 안 마시니 모든 행사에 치르던 국민의례가 사라진 듯한 허전함이 들었다.


술을 멈추는 것은 몇 가지 점에서 유용하다. 우선 알코올의 의존도를 줄여준다. 술과 연관된 비생산적인 시간을 줄이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게 한다. 외롭고 심심하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술을 사랑하고 즐긴다. 술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은 그만큼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술을 다시 마시는 '개주'의 시간이 오면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두루 만나 한잔을 해야겠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이 줄어든다. 한국의 중년 남자에게 술은 사회생활과 사교에 필수적인 매개물 같은 것이다. 금주의 가장 큰 폐해는 인간관계의 파탄이고 가장 큰 부작용은 외로움인 이유이다.


금주를 하며 유난 좀 작작 이 떨며 살아라란 말을 종종 듣는다. 나도 안다. 유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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