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3 광화문 교보 23층 대산홀
<어느 날 미래가 도착했다>의 저작 우숙영 작가의 북토크를 들었다. 요즘 세간에 어디서나 널려 있는 AI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작가의 접근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당장 인공지능을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AI의 진격으로 인한 삶의 변화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인간의 정체성이 컴퓨터에 기록되고 이에 따라 반응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망자를 인공지능으로 재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체성이란 삶 속에서 이루어진 이식과 반응의 패턴이다. SNS와 같이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기록이 촘촘해지는 요즘,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뽑아내듯 개인의 패턴을 익히고 학습한다면 사후에도 여전히 데이터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을 통해 먼 곳에 있는 사람과 바로 앞에 마주 앉아 있는 듯 대화를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을 매개로 망자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망자와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죽음을 통한 망자와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만질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면, 살아있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듯한 망자와 마주할 수 있다면? 저자는 인공지능이 만든 시뮬레이션 속에 살아가는 인류를 상상한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서적 교류와 돌봄에도 이미 깊이 관여한다. 정서적 교류의 대상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신뢰하기 힘들며 예의를 갖추지 못한 인간에서 친절하고 우호적이며 성실한 인공지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것은 단지 노인들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를 거치며 인간은 타인과의 대면을 극단적으로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코로나 키즈라고 불리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학교 생활을 온라인으로 보냈고 학교 이외에도 대외적인 접촉도 무척 제한적이었다. 이들은 이미 목소리 보다 문자에, 대면보다는 화상 미팅에 더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인간이 그리운 노인들과 인간이 낯선 코로나 키즈들에게 인공지능이 친구가 되어준다.
고민을 털어놓고 수다를 떠는 하는 상대가 인공지능으로 변했다. 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를 줄일 수 있었지만 인간은 소외감 없이 서로를 소외하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인간 대신 믿음직하고 예의 바른 인공지능이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대화 상대가 되어 준다. 시답지 않은 내용부터 은밀한 내용까지.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와 매우 가까이 와 있지만 여전히 진화하는 중이다. 진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하고 학습하려는 사이에 이미 저 멀리 가 있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이미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통제불능의 수준에 이르렀는 지도 모른다. 그 발전의 가속을 멈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2013년에 만들어진 영화 <Her>는 202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영화의 내용은 너무나 먼 공상과학 영화처럼 느껴졌다. 조지 오웰의 <1984>은 1984년이 와도 여전히 요원한 미래였고, 스텐리큐블릭의 <2001, A Space Odyssey>을 지금 보아도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대단한 상상력이라 여겼던 <Her> 속의 인공지능은 영화 속 2025년인 오늘 이미 그 이상으로 발달되어 있다.
어릴 적부터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하여 듣고 살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변화를 막지 못하고 무더위와 이상 기후로 매일매일 그 변화를 실감하며 살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는 그 발전의 속도만큼 더욱 강하게 제기되지만 몇 년이 지나면 우리는, 온난화를 맞이 하였듯이 지금 우려하던 현실 안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작가는 불가피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위협보다는 기회에 보다 집중하여 보자고 말한다. 최소한 기술 난민이 되는 것을 면하고, 업무를 효율화하며, 인간으로서의 불완전성을 인공지능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종국에는 대부분의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고 하니 그 기회도 한시적이 아닐까.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어떤 효용이 있을까란 질문을 한다. 인공지능을 하나의 새로운 종족처럼 다루는 우리는 이 지문에 대하여 매우 편파적인 대답을 한다. 인간은 가끔 실수도 하고 정에 끌리어 불합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인간이 불완전한 것은 맞지만 미덕은 아니다. 그리고 그마저 인공지능이 못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안 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이 그렇게 설계하였으니까.
재미있는 강연이었다. 우리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